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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특별법'…박찬호 어깨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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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기자] 이른바 '박찬호 특별법'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사실 특별법이란 단어 자체가 범상치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면 박찬호가 내년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난해와 올해 신인 드래프트를 모두 지나친 까닭에 별다른 수가 없었다. 박찬호 입장에선 2012년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뒤 2013년부터 국내리그에 합류해야 했다. 올해 뛰었던 일본 오릭스에서 퇴출된 뒤 소속팀을 구하지 못한 까닭에 내년 시즌을 통째로 쉬어야 했다.

야구계에서도 박찬호를 구제하자는 움직임이 처음부터 활발하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박찬호는 일본에서 은퇴하는 게 낫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세계로 뻗어나간 한국야구의 선구자 격인 박찬호를 배려하기 위해선 '제도적 편법'이 불가피하고,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9개 구단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구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제도의 준수'를 강조하던 터였다.

그러나 이런 기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박찬호 고향 연고팀 한화의 움직임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박찬호의 합류가 한화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한화의 자세가 적극적이 된 것은 그룹 최고위층의 지시 때문이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나돈다. 그룹 상층부에서 흘러나온 "김태균은 물론 박찬호도 데려오라"는 한 마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후 한화는 분주히 움직였다. 각 구단 관계자들을 일일이 접촉하기 시작했다. '박찬호의 합류'에 대승적으로 동의한 타 구단들이 그에 상응한 '반대 급부'를 원하자 '신인 드래프트 픽 훼손 없는 특별법'을 호소했다. 일부 구단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구단 고위층이 저인망식 접촉에 나서며 설득전을 편 끝에 뜻을 이룰 수 있었다.

결국 박찬호는 본인의 소망대로 내년부터 한국 무대에서 공을 던지게 됐다. 한화 역시 김태균에 이어 박찬호마저 끌어안으면서 소기의 성과를 톡톡히 거뒀다.

그러나 절차가 무너지고 편법이 등장한 '박찬호 특별법'은 적지않은 논란거리를 야기시켰다. 특히 향후 박찬호처럼 해외에서 명성을 떨친 선수가 '특별 대우'를 원한다면 이를 외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미 박찬호의 선례에서 '편법'이 동원된 만큼 거부할 논리가 빈약해지기 때문이다. 편법을 용인하면서 KBO의 권위도 일정 부분 훼손됐다.

한화도 마냥 기쁠 수만은 없다. 이번 특벌법 추진은 프런트가 주도했다. 현장 지도자 상당수는 박찬호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 시즌을 대비해 선수단 정비 계획을 세웠던 한화 코칭스태프 입장에선 부담스런 존재를 갑자기 떠안은 모양새다.

"이번 특별법의 가장 큰 승자는 박찬호 한 명뿐"이라는 애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만큼 박찬호의 어깨도 무거워지게 됐다. 내년 시즌 성적은 둘째 치고, 어떤 처신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평가가 크게 엇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선수단과 동화하지 못하고, 스타 의식만 두드러져 보일 경우 그를 향한 시선은 '혹시'에서 '역시'로 바뀔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야구 미아로 전락하거나 현역 은퇴할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국내 야구계 관계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박찬호가 '신인의 자세'로 새출발해야 한다는 말이 많다. 결국 이제 모든 건 박찬호 본인 하기에 달린 셈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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