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안치용의 이번 포스트시즌 타율은 5할. 팀내 두 번째로 높은 타율(1위 정근우 5할5푼6리)이다. 준플레이오프 2경기 모두 대타로 교체 출전. 주전은 아니었지만 안치용은 자신에게 주어진 5번의 타석에서 홈런 1방과 볼넷 3개를 얻어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안치용의 9월 월간 타율은 3할5푼9리(64타수 23안타). 타석 대비 팀내 최고 타율이다. 쾌조의 타격감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1차전을 KIA에게 내주고 맞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SK는 6회까지 1-2로 뒤지고 있었다. KIA 선발 로페즈의 예상밖 호투에 SK 타선의 침체가 겹치면서 분위기가 점점 가라앉았다.
이 때 7회말 대타로 나선 안치용이 로페즈의 3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2-2 동점을 만드는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SK는 안치용의 활약을 앞세워 연장에 돌입했고, 11회말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3-2 승리를 거뒀다. 준플레이오프 2경기를 모두 내줄 뻔한 위기에서 팀을 구한 안치용의 '난세 영웅'다운 활약이었다.
시즌 후반부터 이어진 타격감은 여전히 최고였다. 그러나 그는 1, 2차전에는 선발 기용되지 못했다. 외야 수비가 문제였다. 이만수 감독 대행은 1차전을 앞두고 "(안치용이 아닌) 임훈을 우익수로 기용했다. 단기전에서는 타격보다 수비가 중요하다. 수비 실책 하나로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다. 타격은 잘 쳐야 3할 아닌가"라며 수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대신 안치용은 찬스 때 대타로 기용됐다. 2차전까지 타격 성적은 2경기서 5타석 2타수 1안타 3볼넷.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쯤되면 이만수 대행도 안치용의 선발 출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행은 2차전 경기 종료 후 안치용의 선발 출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무기력에 빠진 SK 타선을 고려한다면 안치용의 선발 기용 가능성은 매우 높다.
3차전을 하루 앞둔 10일 안치용은 "만약 주전으로 나간다면 수비에 신경을 많이 쓰겠다. 한 사람의 실수가 패배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니까, 경기에 더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수비 문제 때문에 선발서 제외된 사실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2차전서 로페즈에 홈런을 뽑아낸 상황은 어땠을까. 안치용은 "한 방을 친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1-2로 뒤진 상황에서 선두 타자로 나갔기 때문에 출루를 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했는데 예상했던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들어오더라. 기다리던 구질이라 어렵지 않게 홈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선발에서 제외돼 대기하던 중에도 상대 투수의 구질을 빠짐없이 체크했다. 그는 "로페즈가 매 타자마다 슬라이더는 꼬박꼬박 던지더라. 나에게도 슬라이더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리고 맞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했다. 안치용은 "치고 난 다음에 안 뛰지 않았느냐"면서 웃었다.
SK의 이번 시리즈 전체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홈런이었다. 안치용은 연장 11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 출루해 기회를 열었고, 이호준의 적시타 때 결승득점을 올렸다. 최정, 박정권 등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안치용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진 S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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