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6일 목동구장 넥센-SK전. 4-4로 맞선 8회말 넥센 공격 1사 3루 상황. 팀의 2연패 탈출을 위해 총력전을 펴던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실점 위기 상황서 4번째 투수로 박희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박희수는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내는 등 2.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박희수는 주자를 3루에 둔 어려운 상황에서 구원 등판해 첫 타자 이숭용을 빠른공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허도환마저 가뿐하게 잡아내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어 9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낸 박희수는 연장 10회엔 알드리지와 박병호, 송지만으로 이어지는 넥센 중심타선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당당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씩씩하게 뿌리는 빠른 직구와 코너워크가 돋보인 피칭이었다.
박희수의 호투가 뒤를 받쳐줬음에도 이날 SK는 연장 12회까지 벌이고도 4-4 무승부에 그쳤다. 절대적인 실점 위기를 막아내는 등 완벽했던 박희수의 피칭이 빛을 발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박희수는 "요즘 어려운 상황에서 자주 나가다보니…. 일단 막는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고 말했다. 10회말 알드리지부터 시작된 상대 중심타선을 상대할 때는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10회에는 특히 매 타자 전력으로 상대했다"고 전한 박희수는 "'마지막 이닝이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이번 이닝만 막으면 뒤집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8타자를 상대하며 6개의 삼진을 솎아낸 박희수. 이닝을 더 끌고가고 싶었지만 11회 이재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박희수는 "비기고 있는 상황이라 더 던져 팀 승리를 이끌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쉽긴 했지만 이닝이 길어지면서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감독님께서 좋은 타이밍에 교체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2002년 SK에 2차 6라운드 전체 43순위로 지명된 뒤 동국대를 거쳐 2006년 입단한 박희수는 지난해까지 19경기 출장에 그쳤다. 지난 5월부터 1군 마운드에 올라 겁없는 피칭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박희수는 올 시즌 어느덧 26경 등판해 2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0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140km 안팎에 그쳤던 구속이 지난 6월 투구폼을 살짝 아래로 내리는 과정을 통해 급격히 증가했다. 박희수는 "바뀐 투구폼이 익숙치 않아 종종 예전 투구폼으로 던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김상진 투수코치님이 잡아주셔서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박희수는 "1군에 머물며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올 해는 내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마운드에 설 때마다 무조건 열심히 던진다는 생각 뿐이다"고 말했다. 정우람을 비롯해 두 이승호와 고효준, 전병두 등 막강 좌완을 보유하고 있는 SK 불펜에 새롭게 등장한 혜성같은 좌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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