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K리그 승부조작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당초 승부조작에 가담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에 관심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스타 출신은 없었다. 자신 앞에 놓인 우울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한 번에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승부조작의 검은 유혹에 빠져들었다.
한국 최고의 스타들이 모이는 국가대표팀는 안전지대일 것이라 생각했다.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또 앞으로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승부조작이라는 불법이자 파행의 길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조광래 국가대표팀 감독 역시 "대표팀에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을 정도였다.
김동현, 염동균 등 전 국가대표 출신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줬고, 또 전 국가대표였던 최성국이 승부조작 사전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승부조작 파문에 대한 충격은 배가됐다. 하지만 현 국가대표는 없었기에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현 대표팀 선수가 처음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굳게 믿었던 국가대표팀도 승부조작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국가대표팀 핵심 수비수, 그리고 올림픽대표팀 주장까지 맡고 있는 홍정호(22, 제주 유나이티드)가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홍정호는 지난해 6월 6일 FC서울-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팀 동료였던 A로부터 승부조작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호는 승부조작 가담을 부인하고 있다. 원치않는 현금을 받기는 했지만 다음날 바로 돌려줬고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홍정호가 승부조작에 실제 가담했는지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홍정호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홍정호의 결백이 증명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승부조작의 손길이 국가대표팀 선수에게도 뻗쳤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홍정호에 승부조작을 제안하고 돈을 건넸다는 것은 승부조작의 검은 손길이 그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K리그에 소속돼 있는 많은 국가대표팀 선수들 역시 이런 유혹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믿었던 국가대표마저 승부조작 연루 사실이 드러난다면 한국 축구는 더욱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K리그를 넘어, 심지어 A매치에서도 승부조작이 벌어질 수 있다는 믿지 못할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믿을 수 없게 된다. 홍정호가 정말 결백하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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