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영화 '풍산개'와 드라마 '최고의 사랑'으로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배우 윤계상. 담백하고 소년같은 얼굴에 날카롭고 예민한 눈빛,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윤계상은 그 동안의 작품에 출연하며 풀리지 않는 갈증을 느꼈다고 한다.
한단계 도약하고 싶고 변화하고 싶었지만, 마음과 달리 평가는 덤덤했다. 죽을 힘을 다해 찍었던 드라마 '로드 넘버원'이나 선굵은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던 영화 '집행자',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원했던 '비스트 보이즈' 등에 출연하면서도 발전과 변화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이번 영화 '풍산개'를 통해 윤계상은 만족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 이미 '풍산개'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그는 말한다. 영화가 가진 의도와 목적, 평가는 이미 성공의 기쁨을 가져다 준 듯 하다.

이하 일문일답
-'풍산개'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하게 됐나?
"전재홍 감독님이 만나자마자 같이 하자고 하셨다. 저 역시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배우라면 당연히 욕심나는 역할이었다. 밝고 경쾌한 작품을 선호하는 요즘, 제작되기 힘든 영화이고 나오기 힘든 캐릭터였다."
-이제 삼십대다. 어떤 변화나 도약의 계기에 대해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맞다. 어떤 계기가 필요했다. '비스티보이즈'나 '집행자', '조금 더 가까이'같은 영화로 계속해서 시도는 했지만 뭐랄까 탈피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답답했다. 배우는 어떤 시점에서 어떤 감독과 어떤 작품을 하는지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동안의 작품도 열심히 했다는 것은 똑같다. 열심히 했다는 점은 추호도 부끄러움이 없지만, 배우가 성장하는데는 좋은 감독과 좋은 궁합을 이루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전재홍 감독과의 만남은 행운이었다."
-'최고의 사랑'의 '윤필주' 캐릭터에 대해서는 만족스럽나?
"드라마 자체가 연기를 더 보여 줄 수는 없지 않나. 정해진 캐릭터, 예상이 되는 인물을 대부분 연기하는 것이니까. 연기를 원했다면 '윤필주' 캐릭터에 대해 뭔가 더 많은 것을 원했겠지만, 이번에는 시청률만 생각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는 흥행이 안되더라도 나중에 다시 보거나 회자가 되기도 하는데, 드라마는 시청률이 안나오면 존재 자체가 없어지더라. 드라마를 하려면 대중의 취향에 맞춰서 가야 한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다. 윤필주라는 심심한 캐릭터를 완벽남으로 만들어준 홍자매 작가의 파워에 놀랐다."

-그렇다면 연기와 인기에 대한 갈증은 좀 풀렸나?
"우연찮게 그렇게 됐다(웃음). 시청률은 차승원 형 때문에 풀었고 연기는 전재홍 감독님 덕에 풀었다. 두 분에게 감사드린다."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의 조합처럼 전재홍 감독의 페르소나로 계속해서 작업할 생각인가?
"물론이다. 감각이 있는 연출가이고, 이 예산을 가지고도 ‘풍산개’를 만들었으니 상황이 좋아지면 '본 아이덴티티' 같은 영화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다. 어렵게 만났는데 놓치고 싶지 않다."
-영화 흥행에 대한 기대도 클 것 같다? "개봉 전이지만 벌써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대중예술이지만 의도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든 영화는 근래에 처음인 것 같다. 김기덕 감독님의 복귀작이기도 하고 전재홍 감독의 능력을 보여줬다는 것, 그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배우의 이미지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 연기 외에는 일부러 피하는건가?
"사실 배우로서의 성실성과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자제했다. 작품들이 잘 안 되고 이미지 쇄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다가 예능에 한번 출연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 했다. '1박2일' 제의가 들어왔을 무렵, '풍산개'를 찍게 됐다. 작품의 의도가 진중하고 좋은데, 예능에 나가면 그 의미가 희석될 것 같았다."
"이미지라는 것이 한번 만들어지면 없애기가 힘들지 않나. 방법은 진정성 있는 모습을 휘둘리지 않고 한결같이 보여주는 것 밖에 없다. 인기는 없어도 진솔해 보이지 않나."
-인기가 많이 줄었다고 느끼나?
"당연히 확 줄었다. 지금은 god 시절이 내게 있었나 싶다. 부모님이 그때 활동했던 비디오 테이프를 보관하고 계시는데 가끔 보면 내가 아닌 딴 사람 같다. 웃음이 난다. 하지만 솔직하고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는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 더 인간적으로 살려면 여자도 만나야 될텐데 잘 안된다."
-그러고보니 이렇다 할 스캔들이 없다. 연애를 안하는 건가?
"연애를 못했다. 너무 외롭다. 그런데 여자를 만날 수가 없다. 배우는 특히 연애를 해야 감성이 좋아지는데, 연애를 못해서 안타깝다. 나이가 있으니 아저씨 취급이나 당하고 말이지(웃음). 외로워서 그런지 걸그룹이 너무 좋다. 2NE1의 박봄을 너무 좋아한다. 우리나라에 없는 창법을 구사하는데, 노래를 너무 잘한다. 씨스타의 효린도 좋고. 요즘 아이돌은 우리때와 달라서 실력이 너무 좋다. 뮤지션이다."
-작품 속 캐릭터로 보면 실제 성격이 예민하고 까다로울 것 같은데?
"사실 연기할 때 너무 예민해진다.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고 하니까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연기를 정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니까 열심히 하려는 마음에 굉장히 날 선 상태가 된다. 하지만 그 예민한 상태가 되려 안정감을 준다."
"배우는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기 시작한지 5년 됐으니 이제 5년 동안 윤계상이라는 배우를 만들어 갈거다. 10년에 걸쳐 배우로서의 나를 만들어가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연기력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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