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한국축구 최강팀을 가리는 축구협회(FA)컵이 시작되면 늘 등장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칼레의 기적'이다.
칼레는 프랑스 북부지역의 작은 항구도시다. 프랑스의 유명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으로 널리 알려진 도시지만 축구 하나로 전 세계에 저절로 홍보가 됐다.
지난 1999~2000 시즌 프랑스 FA컵에서 수리공, 정원사, 슈퍼마켓 점원 등의 직업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된, 우리로 치면 조기축구회나 다름없던 4부리그 팀 칼레가 상위팀을 차례로 격파하며 결승에까지 올랐다.
아쉽게 낭트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칼레의 기적은 이후 아마추어팀 반란의 대명사가 됐다. 이전에도 1995~1996 시즌 니메 올림피크라는 3부리그 팀이 결승까지 올라 옥세르를 만나 준우승을 차지하며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한국의 FA컵에서도 종종 이변은 있었다. 지난 2003년 동호회 클럽인 봉신클럽이 2라운드에서 실업팀(현 내셔널리그) 강호인 할렐루야를 승부차기 끝에 누르고 32강에 올랐다.
봉신클럽은 공작기계 제작업체의 팀으로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축구훈련에 나서는 순수 동호회 클럽이다. 이후 2005, 2006년까지 세 차례나 32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꿈의 1승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2004년에는 재능교육이 32강에서 건국대를 1-0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재능교육도 순수 동호회 클럽으로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다수 섞이기는 했지만 아마추어 애호가들도 있었다.
이후에는 주로 내셔널리그 팀들이 4강까지 진출하며 K리그 팀들을 혼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FA컵 우승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리면서 K리그 팀들이 전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아마추어 및 하위리그 팀들의 돌풍은 잦아들었다.
18일 열리는 '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는 유일한 챌린저스리그(K3리그)팀인 포천시민축구단이 눈에 띈다. 구성원 대부분이 낮에는 방위산업체에서 일하고 저녁에 모여 두 시간 정도 훈련을 하는 이들로 구성됐다.
하필 포천시민축구단의 첫 경기가 지난해 우승팀 수원 삼성. K리그의 절대 강호를 상대로 이변을 꿈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적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뭉쳐 있다. 1라운드에서 고려대를 4-1로 물리치며 환호했던 포천시민구단은 2라운드에서 동국대를 3-1로 완파하며 32강에 진출했다. 올 시즌 챌린저스리그에서도 7승2무로 무패가도를 달려 자신감도 충만하다.
이 외에도 지난 2008년 대전 시티즌을 승부차기로 꺾고 16강에 오른 연세대를 비롯해 2009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1-0으로 이긴 경희대 등 대학팀들도 화려한 반란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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