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김상병'의 변신은 무죄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친선경기에서 이정수(알 사드), 김정우(상주 상무), 박주영(AS 모나코), 이근호(감바 오사카)의 릴레이 골로 4-0 대승을 거뒀다. 아시안컵 이후 A매치 첫 승리 수확이다.
무엇보다 김정우의 골은 조광래 감독을 기쁘게 했다. 지난해 9월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로 나섰다가 21분 만에 다시 교체 아웃되는 굴욕을 맛본 뒤 조광래호와 멀어졌던 김정우는 이날 경기서 골맛을 본 것은 물론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올 시즌 상주 상무에서 공격수로 변신한 김정우는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간간이 공격 본능을 과시했던 김정우는 공격수로 변신해서는 전방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아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을 곧잘 터뜨렸다.
6개월 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온 김정우는 공격수로 선발됐지만 연습 과정에서 조광래 감독과 다소 엇박자를 냈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와 처진 공격수를 오간 훈련에서 김정우의 머리는 더욱 아팠고 대표팀 내에서 위치가 애매한 상황이 됐다.
그가 선호하던 중앙 미드필더에는 이용래(수원 삼성)-기성용(셀틱) 조합이 확실하게 자리잡아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대표팀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처지가 됐다.
반전을 노린 김정우에게 조광래 감독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회를 줬다. 기성용에게 주로 수비 임무를 부여하면서 김정우는 이용래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시키며 올 시즌 달아오른 골 넣는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경기 시작 후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수비 능력을 과시하며 온두라스의 역습 기회를 확실히 끊어낸 김정우는 19분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이청용에게 절묘한 패스로 슈팅 기회를 제공했다.
김정우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24분 볼을 뺏어내는 과정에서 온두라스 선수에게 가슴을 가격당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픈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빨리 일어서서 선참다운 투지를 보였다.
공수를 쉼 없이 오르내린 김정우는 이정수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던 43분 일을 저질렀다. 기성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연결한 패스를 박주영이 다시 앞으로 흘려주자 이 볼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침착하게 슛, 골망을 흔들었다. 조 감독과 포지션을 놓고 보이지 않게 벌였던 신경전을 시원스럽게 날려버리는 골이었다.
경기를 관전한 김대길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김정우가) 공격적으로 변화했는데 맞아떨어진 것 같다. 소속팀에서 보여줬던 기량이 그대로 나왔다.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 잘됐다"라고 평가했다.
후반에도 김정우는 전방에서 압박하며 온두라스 수비를 흔들었다. 김정우의 노력으로 박주영, 이청용(볼턴 원더러스)과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은 물론 오른쪽 풀백 조영철도 마음껏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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