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신인드래프서 롯데는 10라운드까지 지명해 인원을 꽉 채웠고 넥센과 더불어 가장 많은 신고선수를 영입, 총 17명의 새 식구를 맞아들였다. 하지만 각 언론매체나 팬들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김명성(투수)에게만 집중할 뿐이었다. 나머지 신인들은 조용히 데뷔 첫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롯데는 지난해 4위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긴 했지만 여전히 가을잔치의 최종 주인공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롯데의 우승에 목마른 팬들에게 주목 받아 마땅한(?) 꿈나무들 가운데 사이판 전지훈련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5명이 있다.
이름처럼 일약 '명성'을 얻은 김명성을 비롯해 허일(2라운드. 내야수) 이경우(3라운드. 투수) 이지혁(7라운드. 포수) 이정담(8라운드. 투수)이 바로 그들이다. 그 중에서도 고교 최고의 3루수로 꼽히며 청소년대표로 활약한 허일(광주일고졸)은 투수를 제외하고는 가장 먼저 호명된 전체 야수 1번.
일찌감치 고교 최고의 내야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과연 누가 먼저 '허일'의 이름을 부를 것인가를 놓고 8개 구단이 치열한 눈치작전을 폈다. 결국 단단히 마음먹고 나선 롯데가 허일을 포함 광주일고 내야 3인방을 모조리 휩쓰는데 성공했다. 예상보다 한 발 앞서 허일을 2라운드에서 뽑은 뒤 4라운드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유격수 백세웅을, 그리고 10라운드에서는 2루수 백왕중까지 지명했다. 이로써 롯데는 향후 10년을 걱정없이 보낼 탄탄한 내야진 조합의 퍼즐을 완성해냈다.
3라운드까지도 투수 지명 일색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높은 순번으로 지명받은 허일은 기쁨과 의욕으로 넘쳐났다. 하지만 또다시 느끼는 투수와 야수의 벽은 프로에서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유)창식이가 잘하니까 1번을 받고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한 거죠. 하지만 투수와 야수를 따로 뽑았다면 저도 전체 1번이잖아요. 가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거 자체가 서운해요. 그 때마다 이를 더 악물게 되고 오기가 생겨요. 역시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웃음)."
동글동글한 얼굴형에 늘 순박한 미소를 머금은 인사성 바른 선수로만 여겼던 허일의 입에서 질투와 시기의 속내를 솔직하게 토해내는 것을 보니 그동안 정말 많이 서운했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감추지 않고 속시원하게 털어놓는 진솔함과 당당히 할 말을 하는 두둑한 배짱은 역시 허일다웠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그나마 첫 전지훈련 멤버에 포함됐다는 것이 자신에게 큰 위로가 된다던 허일은 "신인답게 선배님들의 훈련을 잘 도와드리고 옆에서 많이 배워 올 것"이라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허)일이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며 애교 넘치는 눈웃음을 날렸다.
솔직한 것이 늘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감추는 것보단 분명 현명한 행동이 아닐까 싶다.
의리있고, 남자답고, 거기에 야구센스 만점의 실력파 허일을 롯데 팬들이 지켜봐주고 많이 성원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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