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 인원들은 29일 전역 신고를 마치고 30일 민간인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축구부(광주 상무)는 달랐다. 전역일인 30일 K리그 28라운드가 열려 이날 경기까지 군인 신분을 유지해야 했다.
광주 상무의 전역자는 총 20명. 남아있는 20명의 자원 중 김정우가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빠져나갔고 부상 등으로 베스트 멤버를 짜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전역자들에게 협조(?)를 구해야 했다.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의 경기는 선발 11명 중 7명이 전역자였다. 이들은 국군체육부대장 부재원 육군 준장의 특별한 부탁으로 상무 소속으로 성남을 상대했다.
마침 성남전은 이수철 수석코치가 이강조 전임 감독의 뒤를 이어 정식으로 사령탑에 데뷔하는 날이었다. 경기 전 이 신임 감독은 선수들을 한데 불러다 놓고 "마지막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겠느냐. 자신을 위해 전역 선물을 한다고 생각하고 뛰어라"라는 말을 건넸다.
동기부여가 됐는지 선수들은 온 힘을 다해 뛰었고 김수연, 최원권이 전역 축하골을 터뜨리며 강호 성남과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15경기 무승행진(6무9패)을 멈추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무승부였다.
이수철 감독은 경기 후 "원정에서 보기 드물게 좋은 경기를 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너무 아쉬웠다"라고 승리를 챙기지 못해 안타깝다는 첫마디를 던졌다.
'프로'답게 전역자들로 인해 경기의 질이 떨어질까 염려스러웠던 이 감독은 "2년 동안 어울렸던 선수들인데 전역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고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부 준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역식 겸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는 전역자들은 31일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이 감독은 "시즌 두 경기가 남았는데 포지션을 제대로 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면서도 "주어진 환경에서 해결하겠다. (남은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고민 끝에 후반 26분 원소속팀이 성남인 최성국을 교체 투입한 것에 대해서는 "전반부터 내세우고 싶었지만 내일 성남에 복귀를 하는 만큼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라며 "투입된 뒤 15분 동안 지켜보니 몸 상태가 아니었다"라고 웃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