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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이대로 판타지 정치 드라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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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인기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BS 수목드라마 '대물'. 18.0%를 기록한 첫 방송 이후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오던 '대물'이 27일 방송에서 처음으로 시청률 하락을 경험했다.

이날 방송된 '대물'은 25.5%의 전국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작가·PD 교체로 인한 느닷없는 캐릭터의 변화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혜림은 왜 약한 여자가 되었나?

'대물' 초반 서혜림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강하게 할 줄 아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돼 죽음을 맞은 남편 민구 때문에 서혜림은 나라의 정치 현실에 처음으로 의문을 품게 됐다.

남편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었던 혜림은 휴가를 떠난 동료 대신 맡은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의 목숨을 지키지 못했던 무능한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국회 앞에서 "아들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정부의 무책임한 행동을 강력히 규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4회 이후 서혜림은 갑자기 눈물이 많은 약한 여자로 돌변했다. 늘 당당했던 서혜림의 모습은 어디 가고 툭 하면 눈물을 떨구는 의존적인 태도가 된 것. 게다가 자신의 고집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상주의적인 서혜림의 모습은 만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캐릭터.

게다가 지나치게 감동을 만들어 내려는 스토리 역시 옥에 티다. 27일 방송에서 텔레비전 정치 프로그램에 나간 서혜림은 "국민 여러분이 회초리를 들어 말 안 듣는 정치인을 때려주셔야 한다"고 울먹이며 호소한다. 서혜림의 이야기에 감명받은 방청객들과 지나가던 시민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보다는 이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는 서혜림에게 명분을 주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법안 날치기 통과, 의원들 몸싸움 '씁쓸하네'

캐릭터와 스토리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물'이 그려내는 현실 정치는 시청자들에게 씁쓸함을 안겨준다.

당 회의에 참석한 서혜림은 초선 의원 다운 패기가 넘쳤다. 그러나 그런 서혜림에게 오재봉 의원(김일우 분)은 "당에서 지켜야 할 가장 첫번째는 상명하복"이라며 "당 대표는 하느님"이라고 당 지도부의 의견에 따를 것을 강요한다.

사무실에 돌아와 법 개정안을 직접 공부하려는 서혜림에게 왕실장(장영남 분)은 "보실 필요 없다. 당 의견에 따르시면 된다"며 "모두 그렇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국가재정법 개정안 문제로 대립각을 세운 여야의 모습은 압권. 쇠망치를 들고 국회로 입성하고, 여기저기서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패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현실 정치를 본딴 듯한 모습에 씁쓸해지는 대목이었다.

'대물'은 정치 드라마라는 미묘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탓에 현실과 허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그러나 서혜림의 느닷없는 캐릭터 변화와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는 자칫 '대물'을 현실 정치 드라마가 아닌 만화에서나 볼 법한 판타지 정치 드라마로 몰고 갈 가능성도 있다.

'대물'이 초반에 보여준 빠른 스토리 전개와 탄탄한 캐릭터로 드라마계의 '대물'이 될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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