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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 in(人) 남아공]본 대로 느낀 대로 ③혹시 '편견'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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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6일, 3일차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태양이 6일 다시 우리를 반겼다.

이른 시간에 숙소를 나섰다. 한국 취재진이 2010 남아공월드컵 공식 AD카드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에 출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신분증이다.

숙소에서 약 45분쯤 떨어진 로얄 바포켕 스타디움에 도착해 신분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고 AD카드를 받는 절차가 이뤄졌다. 한국 취재진 사이에 화두는 사진이었다. 남아공에서는 속칭 '뽀샵'을 기대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진이 밑에서 위로 찍어 턱이 강조되는, 꼭 인상파 화가의 그림처럼 나왔다. 기자들은 서로의 AD카드 사진을 보면서 놀리기 바빴고, 자신의 사진을 손으로 가리기 바빴다.

이후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으로 이동해 한국 대표팀의 두 번째 훈련을 지켜봤다. 그렇게 상쾌한 오전은 지나갔다.

오후가 되자 취재진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요하네스버그 최대 우범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곳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북한과 나아지리아의 평가전이 열리는 요하네스버그 템비사 마클룽 스타디움. 안전을 보장하기 힘든 위험한 곳이라 했다.

요하네스버그 외곽에 위치한 템비사는 남아공에서 2번째로 큰 흑인마을이다. 약 300만명의 흑인들이 모여살고 있는 마을이다. 그것도 판잣집같은 곳에 사는 빈민층이 대다수다.

출발하기 전 남아공 현지 가이드는 "템비사는 위험한 곳이니 절대 개인행동을 하지 마라. 단체로 함께 움직여야만 한다. 아시아인들은 흑인들의 '봉'이다. 총도 없고,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고 알고 있다"고 경고했다. 긴장감은 더욱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숙소에서 약 2시간30분 떨어진 템비사 흑인 타운. 가까이 다가갈수록 두려움은 커져갔다. 넓게 퍼져있는 판자촌이 보였고 흑인들은 낯선 동양의 취재진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경기장에 다다르자 기자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인파의 흑인들이 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모여들었다. 나이지리아의 국기, 남아공의 국기를 흔들며 경기장으로 향했다. 수많은 인파에 경기장으로 향하던 기자단 버스가 둘러싸여 고립되고 말았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어 버스는 멈춰 서야 했다.

버스 주위의 흑인들은 나팔을 불고 소리를 지르며 신기한 듯 취재진을 쳐다봤다. 기자는 수많은 인파에 겁을 먹고 불길한 상상에 사로잡혔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포심도 생겼다.

가까스로 경기장 입구까지 왔다. 출입구 쪽은 거의 폭동과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가려는 인파와 통제하려는 경찰들이 충돌하고 있었다. 거친 몸싸움과 때로는 폭력도 벌어졌다. 인파에 밀려 넘어져 부상당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군중화된 흑인들은 난폭해보였다.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 축구 기자를 한 후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기자단 내에서는 상황이 더욱 난폭해지자 '그냥 돌아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현장 사수'를 외치는 기자였다. 기자단은 꿋꿋이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경기장에 들어오려는 관중들과 막으려는 경찰 등 보안요원들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었다. 기자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기자석으로 향했다. 기자석 근처에도 나이지리아, 남아공 국기를 흔들고 있는 흑인관중들이 많았다. 두려움과 경계심은 멈추지 않았다.

북한-나이지리아 경기가 시작됐고, 축구가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는 스스로의 편견에 대해 반성했다. 기자가 경계하고 두려워했던 흑인들은 진짜 모습이 아니거나 극히 제한적인 일부의 모습이었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아프리카 사람들이 축구를 즐기기 위해 모여 있었다. 주변의 흑인 관중들은 기자들을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아프리카 특유의 낙천적인 경쾌함으로 금방 서슴없이 그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함께 사진도 찍고, 어느 흑인 부부는 어린 아들을 아예 기자에게 맡긴 채 경기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 아이는 기자 옆에 달라붙어 함께 경기를 봤다. 간간이 서로 내용을 모르는 대화까지 나누면서.

또 반성했다. 경기장에 오는 길에 버스로 다가왔던 이들 역시 진정 우리가 반가워서 그랬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흑인 관중은 한국 기자가 잃어버린 물건을 직접 찾아주는 친절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프리카인들의 따뜻함에 마음이 풀어지던 기자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 문화적 충격에 가까웠다. 축구를 진정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축구장에 울려 퍼지는 '아프리카의 함성'은 열정적이었고 또 흥겨웠다.

대부분이 흑인인 2만여명 관중이 운집한 경기장은 떠나갈 듯했다. 전반 23분 나이지리아 야쿠부의 첫 번째 골이 터지자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수십 명의 나이지리아 팬들이 함께 모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경기장을 돌았다. 나팔 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함성 역시 멈추지 않았다.

아프리카 특유의 경쾌한 리듬감. 그들의 춤과 노래에 저절로 몸이 들썩거렸다. 흥겨웠고 중독성이 강했다. 꼭 골이 터지지 않더라도, 멋진 슈팅 장면 하나만 나와도 경기장은 함성의 도가니였다.

후반 25분 느왕쿼 카누(포츠머스)가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러자 다시 한 번 경기장은 떠나갈 듯했다. 카누는 나이지리아의 간판스타다. 한국의 박지성같은 존재다. 나이지리아 팬들은 카누 쪽으로 모여들어 춤과 노래를 이어갔다.

열정적이다 보니 과격한 응원도 물론 있었다. 패스 미스, 또는 어이없는 슈팅이 나올 때면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선수를 교체하라는 손동작을 보였고 야유를 내질렀다.

경기는 나이지리아의 3-1 승리로 끝났다. 승리의 노래와 춤 역시 빠지지 않았다. 이들은 끝까지 열정적으로, 또 흥겹게 축구를 즐겼다.

남아공, 또 흑인들에게 가졌던 편견을 깰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열정적인 함성도 들을 수 있었다. 축구 열기 위로 내리쬐던 태양은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긴 채 저물어갔다.

<④편에 계속...>

조이뉴스24 /요하네스버그(남아공)=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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