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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처럼 차갑던 귀네슈, FC서울 팬들의 '사랑'에 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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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처럼 차갑던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의 마음이 풀어졌다. FC서울 구단의 힘도, FC서울 선수들의 힘도 아니었다. 귀네슈 감독의 마음을 녹인 것은 FC서울 팬들의 '사랑'이었다.

최근 귀네슈 감독은 너무나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마음은 더욱 차가워졌고, 혼자 싸워야 한다는 기분에 더욱 외로웠다. 극단적인 표현으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출해 연맹으로부터 벌금 1천만원의 징계를 받자 귀네슈 감독은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한국축구에 대해 그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귀네슈 감독의 자존심과 고집에 서울 구단도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서울도 귀네슈 감독을 타이르고 힘을 실어줬지만 그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누구도 귀네슈 감독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서울 팬들의 진심어린 사랑과 따뜻한 애정에 녹아들고 말았다.

서울 팬들은 귀네슈 감독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자, 그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고 있다는 것,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준비와 노력을 했다. '감동'을 준비한 것이다.

우선 'Don't say goodbye'라는 거대 플래카드를 준비했다. 경기 하루 전 11일 밤부터 준비한 서울 팬들의 정성이 담긴 선물이었다. 하지만 이 플래카드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경기 전날 밤에 내린 비 때문이었다. 플래카드에 쓴 글씨가 비에 녹아내려 쓸 수 없게 됐다. 그래서 팬들은 12일 낮에 다시 준비했다. 하지만 또 다시 비로 인해 망가지고 말했다.

서울의 한 관계자는 "어제 밤에 비로 망가지고 오늘 낮에 또 비로 망가지자 팬들이 많이 아쉬워했다. 눈물을 보이며 아쉬움을 드러낸 팬도 있었다. 정말 팬들의 고생이 많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팬들이 준비한 또 하나의 감동. 바로 귀네슈 감독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캐릭터 티셔츠였다. 한 벌당 1만5천원, 총 500장을 준비했다. 서울팬들은 이 티셔츠를 팔아 귀네슈 감독이 연맹에 징계를 받아 낸 벌금 1천만원을 보충해주려고 했다. 이 티셔츠는 모두 팔렸고, 티셔츠 값과 팬들이 모금한 총1천50만원이 귀네슈 감독에게 전해졌다.

이렇게 모아진 돈은 박스로 귀네슈 감독에 전달됐다. 귀네슈 감독은 처음엔 이 박스 안에 티셔츠가 들어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열어보니 서울팬들이 정성스레 모은 돈이 들어있었고 귀네슈 감독은 인생에서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다. 귀네슈 감독은 이 돈을 좋은 곳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귀네슈 감독은 서울 팬들에게 받은 감동을 자신의 인생 최고 감동이었던 터키 감독으로서 2002 한·일 월드컵 3위를 거둔 시절과 견주어 말했다. 귀네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3위를 한 것만큼 감동을 받았다. 이번 감동도 월드컵 때 감동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2002년의 감동은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는 감동이다. 한국은 역사적인 4강에 올랐고 모든 국민은 히딩크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전해주는 감동에 울고 웃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한국축구 역사 최고의 감동이었다.

터키 역시 터키축구 역사상 가장 행복한 감동을 누렸다. 세계에 터키축구를 알리고 지휘봉을 휘둘렀던 귀네슈 감독을 알리는 감동이었다. 월드컵 4강의 감동과 견주어 말하는 귀네슈 감독. 서울 팬들에게 받은 감동이 그만큼 크고 위대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귀네슈 감독은 또 "팬 여러분이 사랑을 보여줘 감동을 받았다. 3년째 서울에서 힘들고 어려운 것 혼자 참고 지내며 이기려 노력했다. 팬들이 내 마음을 이해해줬다. 혼자 남았구나 외로움을 느꼈는데 팬들의 사랑을 느꼈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앞으로 팬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6일 성남과의 경기 후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던 귀네슈 감독이었다. 사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말을 할 지 하지 않을 지, 서울 구단관계자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귀네슈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예전처럼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말을 하지 않겠다던 귀네슈 감독이었지만 팬들이 전해준 사랑에 대해서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 또 팬들이 보내준 응원에 분명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야만 했다. 귀네슈 감독은 팬들의 정성에 자신의 고집과 자존심도 버린 것이다.

서울 팬들과 귀네슈 감독이 보여준 사랑과 우정.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본 사람들 역시 진한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다.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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