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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기' 각단 이다희, 무술연기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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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각단 역으로 출연하는 이다희가 지난달 20일 처음 등장한 이래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다희가 연기하는 각단 역은 고구려 근위대 병사들을 인솔하는 당주로, 담덕의 호위를 위해 주저 없이 희생하는 여장부. 이다희는 3년 전부터 이 배역에 내정돼 있었고, 액션연기를 위해 1년 여 동안 액션스쿨에서 무술훈련을 받았다.

이다희의 훈련은 서울액션스쿨의 여느 기수생과 똑같은 교육과정으로 이뤄졌다. 훈련장에 도착하면 먼저 운동장을 10바퀴 정도 돌고, 줄넘기를 하는 등 유산소 운동으로 진을 뺀다. 기본 체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이어지는 훈련은 구르기, 낙법, 스트레칭 등 기초훈련. 특히 스트레칭을 잘 못해 애를 먹었다.

"보통 연기자들이 이곳에서 훈련을 받으면 대본에 있는 내용 정도에서 동작 위주로 연습하는데 전 처음부터 시작했어요. 웬만한 기수생과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체질인 것 같으니 여기서 계속 해 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했죠. 제가 운동신경은 꽤 좋은 편인데요. 스트레칭만큼은 정말 힘들더라고요. 유연성이 부족한가 봐요. 하지만 그것도 1년 반쯤 하고 나니까 잘 되더군요. 열심히 연습하면 안 되는 거 없어요."

기초훈련을 마치면 복싱, 발차기, 검술, 창술, 봉술 등 실제 액션연기를 위한 기술을 연마한다. 특히 복싱은 스피드와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줘 어떤 액션연기를 하든 기본적으로 배워둬야 할 기술이다. 여기에 발차기는 기본이고, 도구를 들고 하는 액션은 리얼하게 보이기 위해 1년 이상 연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가 좀 큰 편이잖아요. 키 큰 여자들이 가장 힘든 것이 어떻게 해도 폼이 안 나고, 잘 못하면 더 어색하다는 거죠. 그렇다고 외모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멋진 근육으로 뭉쳐진 몸매도 아니라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데뷔한 이래 이렇게 힘든 기간은 없었는데, 마치고 나니 더 하고 싶을 정도로 뿌듯해요."

그러면 지금 다시 하라면 또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다희는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물론'이라고 했다. 그저 인터뷰 중이니까 그냥 하는 코멘트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다희는 이 부분에서 은근히 진지했다.

"할 것 같아요. 아니 기회가 또 생기면 할 거예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흐트러진 마음을 추슬러 앞으로의 각오를 다질 계기가 됐거든요. 물론 액션전문 여배우로 나설 계획은 없어요. 아직 할 일과 하고 싶은 역할이 많으니까요."

사실 각단 역은 그리 쉬운 역할이 아니다. 단순히 드라마의 구색을 맞추고 멋져 보이려고 존재하는 여자 무사가 아니라, 주인공 담덕을 적대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칠 근위대 당주이면서 내면적으로 담덕에 대한 사랑을 품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사를 통해 나불나불 사랑을 표할 수는 없는 노릇. 이다희는 이를 눈빛으로 표현해야한다. 담덕을 향한 존경과 사모의 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다희는 말은 최대한 줄이고, 절도 있게 행동한다. 여기에 독한 눈빛을 피하고 은근하고 부드러운, 가끔은 촉촉이 젖은 눈빛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것이 가장 힘들었단다.

"근위대를 통솔해야 하니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대사 톤은 충분히 가라앉히고, 짧고 간결하게 대사를 처리했죠. 그런데 담덕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는 여성스러움도 은근히 보여줘야 하는데 무척 어렵더군요. 이번 기회에 연기 공부 많이 했죠."

이다희는 2002년 슈퍼모델 출신으로 연예계에 데뷔해 5년 동안 '폭풍 속으로', '슬픈 연가', '에어시티' 등 국내 최고 배우들이 포진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하지만 이렇다 할 눈에 띠는 역할은 없었던 게 흠. 그래서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공백기가 생기는 등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명한 드라마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제가 뭐 했는지는 잘 모르세요. 그건 제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죠. 초반에 기반이 너무 약했던 탓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태왕사신기'의 각단 역은 제게 너무나 중요했죠. 고생한 만큼 시청자들에게 저를 각인시킬 수 있어서 참 기뻐요."

고진감래라 했던가. 고생 끝에 이다희는 일단 작은 소망 하나를 이뤘다. '태왕사신기'의 각단 역을 통해 이제 이름 정도는 알린 것. 지금까지 연기의 바다에서 행로를 찾지 못해 헤매던 이다희가 진정한 배우가 되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해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배역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 것도 큰 소득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약점을 극복하는 것은 탁월한 연기력뿐인 것 같다"는 이다희는 현재 심혜진, 김수미 등 걸출한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 영화 '사랑을 배달합니다'의 촬영에 임하고 있다. 이 영화도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이다희는 믿고 있다.

조이뉴스24 문용성기자 lococo@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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