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인사이드 아웃'이 다양한 감정을 더한 시즌2로 돌아와 또 한번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더 깊어진 감정선과 어른까지 위로하는 공감 스토리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 픽사에서 일하며 '엘리멘탈'과 '인사이드 아웃2' 등에 참여한 한국 애니머이터들은 이 같은 흥행에 기쁜 마음을 전하며 기쁨과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사이드 아웃2'는 13살이 된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낯선 감정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평화롭던 일상이 깨지고 다시 시작된 위기와 모험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다. 9년 만에 돌아온 후속편으로, 역대 개봉 픽사 애니메이션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기존 감정들부터 새로운 감정들까지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채로운 감정들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푹 빠진 영화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인사이드 아웃2'는 지난 20일까지 누적 관객수 263만 명을 넘어섰으며, 여전히 독보적인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다. 다음은 '엘리멘탈'과 '인사이드 아웃2'에 참여한 픽사 애니메이션의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와 심현숙 애니메이터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고 있는데, '엘리멘탈'에 이어 '인사이드 아웃2'가 한국과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심현숙(이하 심) "'인사이드 아웃' 1편이 굉장히 많이 사랑을 받았다. 그때 영화를 보고 자란 분들이 다시 돌아오고, 현재 청소년을 기르고 있는 부모들도 감정이 변하는 아이를 보고 공감하지 않나 싶다. 첫 영화의 성공과 새로운 감정이 나오는 것의 기대감이 연결되어 사랑받는 것 같다."
김혜숙(이하 김) "관객층이 넓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유머가 있고 청소년이 생각하는 것도 잘 표현이 되어있다. 댓글을 보니 어른들은 자신의 청소년기가 기억이 나서 이불킥한다고 하더라. 영화 작업을 하면서 공감대를 끌어내려고 많은 시도와 스토리에 대해 푸시를 많이 했는데 다행히 공감을 얻은 것 같다."
- 불안이가 폭주하고 결국엔 고요해지는 모습이 어른들의 번아웃으로도 느껴졌다.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그리고 이런 감정을 직접 느껴본 적도 있나?
심 "제가 했던 샷이 아니라 어떻게 접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픽사에 들어와 영화를 하며 느낀 저의 주 감정은 불안이다. 전체 애니메이터가 모인 자리에서 얘기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걸 시작하기 전에는 불안해서 자리에 앉지도 못할 정도의 경험을 했다. 그게 나쁜 감정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하고 준비를 하게 된다."
- 이번 영화엔 AI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앞으로도 AI를 지양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김 "AI가 사용되지 않았다. 전반에 대해 제가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점에서 고민하고 탐구하는 것 같다. 샷을 받으면 고민하고 탐색하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아는 게 없다."
- 픽사 내부에서도 '엘리멘탈'과 '인사이드 아웃'의 한국 성공과 관련해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심 "알고 있다.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이 나는지, 인터넷에서도 많이 본다. 챗 사이트에서 정보를 교환하면서 한국에서 반응이 좋다는 걸 알고 흐뭇해했다. '엘리멘탈'은 한국 정서, 문화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한국 반응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김 "한국에서 흥행이 잘 되고 있다는 메일을 읽었는데 기분이 좋았다. '엘리멘탈'은 한국어 포스터가 회사 기둥에 붙어 있었다. 또 반응이 좋았던 나라의 원어로 더빙한 '엘리멘탈'을 내부에서 우리끼리 다시 보기 위해 상영을 했다. 한국말로 '엘리멘탈'이 적힌 걸 보니 행복했다."
- 감정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심 "까칠이다. 굉장히 여성적으로 움직인다. 애니메이터는 액팅을 하는데 힘들 때가 있다. 그런데 까칠이는 액팅하면 재미있고 손짓도 잘 나온다."
김 "기쁨이다. 메인이 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울하고 소심해지고 혼자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수록 더 웃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문제가 가벼워지는 걸 경험했다. 그런 웃음, 기쁨이 저에게 도움이 된다. 기쁨이 작업을 할 때 이 친구에 대한 특징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려고 했다."
- 작업에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장면이나 표현하기 힘들었던 감정 캐릭터가 있다면?
심 "가장 하기 힘들었던 캐릭터가 소심이다. 눈썹도 따로 움직이고 손도 굉장히 많이 늘어난다. 애니메이터 입장에서 모델을 잡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슬픔이는 동그랗고 움직임도 조그맣게 움직이는데 소심이는 굉장히 동작이 크고 늘어나는 것이 많아서 잡기가 힘들었다."
김 "소심이가 손이 많이 가고, 작업을 더 세심하게 진행해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기쁨이가 동글동글하고 사람 비율과 비슷하지만 예쁜 포즈를 만들기 힘들었다. 커다란 눈이 두 개가 있어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다른 아이처럼 보이게 된다. 세밀하고 예민하게 작업해야 했다."
- '인사이드 아웃'이 시즌1이 나오고 시즌2가 나오기까지 9년이 걸렸는데 시즌3도 9년 뒤에 나올지 궁금하다.
심 "저희도 알고 싶다. 9년까지는 아닐 것 같긴 한데 아직 3편 이야기는 없었다."
- '인사이드 아웃3'가 만들어진다면 개인적으로 어떤 감정 캐릭터를 추가하고 싶은가?
심 "인생 굴곡이 있을 때 감정 변화가 많을 텐데, 아마도 대학을 가고 취업하는 나이가 되지 않을까. 그 나이가 되면 참을 줄 알아야 하는 감정(인내)이 생겨야 할 것 같다."
김 "'공감'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필요하다. 해외에 처음 나와 언어도 다르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서 내가 표현하는 것에서 한계를 느꼈다. 초반엔 외롭고 힘든 것이 많았는데 언어가 다르고 자란 곳이 달라도 사람이다 보니까 한두 명씩 해준 공감이 도움 됐다."
- 한국 애니메이터의 위상이 높아진 지 오래됐다. 근래 K-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음에 따라 달라진 입지나 시선을 느끼는 부분이 있나?
심 "픽사에서 굉장히 오래 일한 분인데,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저도 보지 못한 한국 드라마 주인공 얘기를 하더라. 이렇게 웃는 거로 해보자고 하더라. 그 정도로 드라마를 보편적으로 많이 본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제목을 적고 그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문화가 퍼져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심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한국에서 '엘리멘탈'이 오픈되었을 때 정말 많은 분이 봐주셨다. 흥행에 대한 관심을 버릴 수는 없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응원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됐다. 감사드린다."
김 "한국 관객들이 있는 곳에서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싶다. 다음 작업을 하고 있어서 한국 방문을 못 했는데 관객들이 어느 부분에서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감동하는가를 경험하는 것이 개인 욕심이다. 픽사 영화들이 한국에서 사랑을 많이 받는 걸 픽사에서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인사이드 아웃2'가 한국에서 제일 먼저 개봉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일을 하고 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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