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절대 이렇게 전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 "이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이 한 몸 죽는 한이 있어도 여한이 없다."
죽는 순간까지도 '현장'(賢將)이었다. 배우 김윤석을 통해 완성된 '노량'의 이순신 장군은 존재만으로도 압도적이고 묵직하다. 전장을 이끄는 리더십부터 아들, 동료를 잃은 슬픈 감정까지, 이순신 장군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내며 매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여기에 오감을 자극하는 놀라운 스케일의 해상 전투와 웅장함을 더하는 사운드, 여운을 안기는 메시지까지, 전율과 감동이 휘몰아치는 153분이다.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그리고 문정희가 출연해 탄탄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여기에 여진구가 이순신 장군의 셋째 아들 이면 역으로, 이제훈이 광해군 역으로 특별출연해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한다.
1,761만명이라는 대한민국 역대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수립한 '명량', 2022년 여름 최고 흥행작이자 팬데믹을 뚫고 726만 관객을 기록한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세계 역사상 손꼽히는 해전이자 임진왜란 7년 중 가장 큰 성과를 거두며 종전을 알린 최후의 전투 '노량해전'(음력 1598년 11월 19일)을 구현해내 압도적인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임진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이순신(김윤석 분)은 왜군의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왜군들이 조선에서 황급히 퇴각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군으로선 전쟁의 패배를 인정하고 퇴각하고자 하지만 이순신이 버티고 있어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는 것이 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내는 것이기에 완벽한 항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이순신은 명나라와 조명연합함대를 꾸려 왜군의 퇴각로를 막고 적들을 섬멸하기로 한다.
하지만 왜군의 뇌물 공세에 넘어간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 분)은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려 한다. 설상가상으로 왜군 수장인 시마즈(백윤식 분)의 살마군까지 왜군의 퇴각을 돕기 위해 노량으로 향한다. 이순신은 아들뿐만 아니라 함께 나라를 위해 싸워온 장수들을 잃은 아픔을 딛고 계속해서 적들을 향해 나아간다.
'노량해전'은 임진왜란 7년간의 수많은 전투 중 가장 성과 있는 승리를 거두며 전쟁의 종전을 알린 전투로, 조선, 왜 그리고 명나라까지 합류해 총 약 1,000여 척이 싸운 역사적 해전이다. 김한민 감독은 여러 사료를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조합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해상 전투 액션을 완성했다. 해전 장면만 무려 100분에 달할 정도로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한다. 탄탄한 지략을 바탕으로 바다 위 펼쳐지는 화공 작전은 시선을 압도하고, 후반 명나라군에서 조선군으로, 또 왜군의 시선으로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이순신 장군을 비추는 원테이크 백병전은 김한민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을 재확인하게 되는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김윤석은 '명량' 최민식, '한산' 박해일과는 또 다른 '현장' 이순신을 완성했다. 전략엔 신중하고 전투엔 거침없는 카리스마를 발산한 이순신 장군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도 백성과 나라를 생각하며 현명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상의 캐스팅"이라는 김한민 감독의 말처럼, 김윤석은 이순신 장군의 지혜로운 리더십과 인간으로서 가지는 고뇌까지 완벽하게 연기하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빨려들게 만든다. 극 후반 북을 치며 군사들의 사기를 올리려 독려하는 장면은 김윤석의 묵직한 존재감이 있어 더욱 감동적이다.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모두가 다 아는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뜨거워지고 또 눈시울이 붉어진다. 감정이 과잉되지 않게 적정선을 유지한 김한민 감독의 남다른 연출력과 김윤석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빛나는 앙상블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많지 않은 대사 속 눈빛과 표정으로 무게감을 꽉 잡아준 백윤식과 정재영, 허준호 뿐만 아니라 '한산'과의 연결고리를 만들며 마지막까지 '의'를 지켜낸 김성규와 박훈, 아버지를 지키는 장남의 듬직함을 보여준 안보현까지 누구 하나 모난 것 없이 최고의 합을 이뤄냈다.
12월 20일 개봉. 러닝타임 152분 32초.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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