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2020 도쿄올림픽'이 23일 막을 올린다. 125년 올림픽 역사상 첫 무관중 경기에, 선수촌 확진자 발생 등 개최 전부터 각종 잡음이 터져나오면서 축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다. 여전히 올림픽 취소에 대한 목소리가 높고, 최악의 경우 중도 중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러모로 아쉬운 상황 속에서 역대 가장 조용한 올림픽을 맞는 방송가와 가요계 분위기를 살폈다. [편집자주]
올림픽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인류 최대의 스포츠 축제' '지구촌 축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올림픽 열기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앞다퉈 올림픽 스타 등을 섭외하고, 올림픽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예능, 다큐가 제작되던 것과 대조적이다.
올림픽 시즌은 방송사에선 놓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인기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축구와 야구 등 인기 종목 중계, 새로운 스타 탄생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 높은 시청률로 인한 광고 특수 등의 요인으로 적극적으로 올림픽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여파에 반일 정서까지 더해지면서 방송가 '올림픽 특수'가 실종됐다.
◆ 올림픽 특집 예능 실종…지상파 3사 중계단 규모도 축소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은 예능에서도 환영 받는 이벤트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MBC '일밤-이경규가 간다' 월드컵 편이 기폭제가 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주요 경기 중계에 투입됐고,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SBS가 '힐링캠프'를 변형한 '런던캠프'로 현지에서 선수들을 게스트로 활용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시차와 거리 등의 문제로 현지 예능은 줄었지만, '우리동네 예체능'이 각 종목 메달리스트들을 게스트로 초대한 특집을 선보였다. '무한도전'은 평창 올림픽 개최 이전부터 박보검 등을 초대해 평창 홍보에 나섰고, 영미 신드롬을 이끌었던 국가대표 컬링팀이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 응원전을 펼치는 예능, 스포츠스타들을 조명하는 다큐 프로그램도 심심치 않게 제작됐다.
이처럼 방송가는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올림픽 효과'를 누렸지만, '2020 도쿄올림픽'은 이같은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도 올림픽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예능은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정도. KBS 스포츠국장 정재용이 새 보스로 출연해 자사 해설위원들과 만나는 장면이 그려졌지만, 본격 올림픽 특집과는 거리가 멀었다. MBC와 SBS 등도 올림픽 특집 예능은 찾아볼 수 없다. 되려 올림픽 주요 경기와 시간대가 겹치면서 아예 결방되는 예능이 많다.
올림픽 기간이면 화면 상단에 띄우는 '올림픽 D-DAY' 로고나 프로그램 출연진들이 외치는 '올림픽 방송은 OOO' 등 홍보 문구도 들을 수 없다. 역대급 조용한 올림픽 방송가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올림픽을 맞는 지상파 3사들은 '경기 중계'에 집중하며 일단 모양새를 냈다. 각 방송사들은 박찬호, 안정환, 최용수, 이승엽 등 스타 해설진을 앞세워 '최선의 중계진'을 꾸렸다. KBS와 MBC는 중계단 규모가 축소되고, SBS는 아예 서울에 중계 스튜디오를 차린 열악한 상황 속에서 각 방송사가 이번 올림픽을 어떻게 치러낼지 관심을 모은다.
◆ 코로나19 에 반일 감정 '역대급 악조건'…"성적 좋으면 반전?" 기대감도
도쿄 올림픽은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19로, 개최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본 내에서도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아예 취소하자는 여론이 거셌고, 선수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 및 정치적 의도로 올림픽이 강행되고 있다는 전세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처럼 도쿄 올림픽 직전까지 개최여부가 불투명했던 터라 방송사에서도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입국마저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다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데도 제약이 많았다. 국내서도 광장이나 음식점 등에 모여 함께 응원전을 펼칠 여건이 되지 않고, 선수들의 가족이 함께 모여 응원하거나, 실시간 인터뷰조차 여의치 않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시차 없는 올림픽 중계로 특수를 노릴 수 있었겠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일찌감치 김이 샐 수 밖에 없었던 악조건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냉각된 한일 관계와 반일 감정도 부담이 됐다.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독도 표기 문제, 욱일기 허용 등으로 MZ세대까지 들끓었다. 방사능 노출, 한국 법원의 위안부·강제징용 판결 등 민감한 현안으로 한일 관계의 냉각이 한층 더 뚜렷해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무산까지 이어졌다.
한일 관계에 예민한 국민 정서 속 방송사 입장에서는 마냥 '올림픽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힘든 상황. 역대급 조용한 올림픽이 예고됐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와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 속에서 열려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도 흥이 안 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순신 장군 인용 문구나 '범 내려온다' 등 응원 현수막에 트집을 잡고 있어서 분위기가 더욱 침체됐다. 선수단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우리 선수들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 전해주는 극적 감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방송가올림픽 흥행에 대한 회의감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부정적 여론이 많지만, 선수단 성적에 따라 방송가도 활기를 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차 없는 올림픽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도 시청률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쿄올림픽이 무리한 개최를 강행한다는 비판이 많기 때문에 방송가에서도 부담스러운 분위기"라면서 "그렇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거나 깜짝 스타가 탄생할 경우 이들을 게스트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나올 가능성도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스타선수들이 대거 불참한 상황이라 의외의 선수가 메달을 따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화제의 인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반전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사도 그런 부분을 예측하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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