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은 이변이 많은 대회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개최국 러시아는 32개 참가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낮았는데 조별리그 통과는 물론 스페인을 꺾고 8강까지 진출했습니다. '도핑 논란'이 다시 튀어 나오고는 있지만, 함께 뭉쳐 뛰는 조직력을 보여주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인상적입니다.
스타가 있어도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소용이라는 것을 포르투갈,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이 16강에서 보여준 것 같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해도 이란처럼 소위 '늪 축구'로 조별리그 최종전까지 포르투갈, 스페인을 안심하지 못하게 했고요.
잉글랜드는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팀플레이에 녹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벨기에도 황금 세대들이 조직력으로 극복하고 있고요. 골잡이부터 수비까지 한 발씩 더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이뉴스24는 이번 대회 한국 경기 외에도 운이 좋게 조별리그 모로코-이란, 러시아-이집트, 16강 프랑스-아르헨티나, 러시아-스페인, 콜롬비아-잉글랜드전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축구전문가는 아닌,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5경기를 포함해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특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특출난 스타가 없어도 체력과 정신력을 앞세워 90분 집중력을 발휘해 끝까지 뛰더군요. 상대를 이기려면 경고 수집도 마다치 않고요. 무슨 짓을 해서라도 90분 내 이기던가, 연장전을 가던가 목적 달성이 중요하니까요. 집중력이 저하되는 후반 40분 이후 골이 터진 경기가 정말 많았다는 점에서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유럽 리그를 소화하면서 챔피언스리그(UCL), 유로파리그(UEL) 등을 소화하고 온 선수들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등이 그렇더군요. 나이를 먹었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실력은 소위 '신계'라 불리는 것처럼 여전하니까요. 프랑스전에서 동료들이 좀 더 빨랐으면 메시를 16강까지만 보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 동료들도 피곤해 보였습니다. 어느 팀에나 유럽파들은 다 있기 때문에 컨디셔닝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시행해 회복하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경기력 저하)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월드컵은 세계 축구 흐름을 보는 대회인데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니 말이죠, 소위 클럽 축구와 월드컵 등 국가대항전의 전술 경향이 조금은 차이가 생기는 것 아닌가 싶어 몇몇 지도자들께도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약팀이 강팀을 잡으려면 공간을 주지 않으려 하고 그러려면 전체가 더 많이 뛰게 된다. 비슷한 수준의 팀끼리도 마찬가지다. 볼 점유율이 높아도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런 것들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경향"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클럽 축구의 확대로 인해 대표팀이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죠. 아마 앞으로 이런 부분들(=선수의 활용도)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네이션스리그를 만들어 그들끼리의 A매치를 이어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겁니다.
현재 러시아에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내의 기술연구그룹(TSG) 위원장으로 결승전까지 관전 예정인 최승범(46) 강사는 "강, 약팀 상관없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축구를 택했다. 8강까지 간 팀을 보면 공격지향적인 수비를 하더라"는 분석을 내놓더군요.
이어 "우리도 준비를 잘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가진 DNA, 기질이 있지 않은가. 우리의 정체성을 얼마나,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진단하더군요.
아마 조이뉴스24를 비롯해 많은 축구팬이 동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만 맹목적으로 따라 하던 것 말고 좋은 것을 가미해서 우리만의 축구를 구사하는 것 말이죠. 분명한 것은 우리 스타일을 구축해 나서야 월드컵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도자, 행정가들께서 이번 대회에 느낀 것이 많았다면, 분명 그냥 두고 보지는 않겠죠. 철저한 연구, 분석이 선행되고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다른 나라 기자들에게 한국 축구에 대한 인상을 많이 물어봤습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 동영상을 직접 보면서 도움을 받은 경우도 있었고 몇 단어로도 충분히 통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독일 DPA 통신의 뤼디게 데어트리 기자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조별리그 동안 독일은 할 수 있는 수준의 최대치를 보여줬고 한국은 더 열심히 뛰었다. 다른 팀과 만나도 충분히 그럴 것 같다"는 겁니다. 남은 4년을 제대로 준비한다면 얼마든지 도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조이뉴스24는 이제 러시아를 떠납니다. 더 좋은 소식을 결승전까지 남아서 알려드리면 좋았겠지만, 국내도 현안이 많아 일단 여기까지 갈음하려고 합니다. 다른 나라가 잘해도 결국은 우리가 얼마나 더 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에 우리 중심 소식을 더 전해야 하는 것이 맞지 싶습니다.
다양한 소식을 전하려 애를 썼지만, 부족했더라도 이해를 구합니다. 다음 대회에도 우리가 나선다면, 더 높은 곳으로 가서 오래 남아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독자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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