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한국의 월드컵은 끝났다. 사령탑 선임을 두고 5일 중요한 결정이 이어진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가 소위를 열고 신태용 감독의 공과를 논한다.
신 감독의 공과를 단 몇 시간 내 토론으로 끝내는 것은 너무 빠른 측면이 있다. 한국 축구가 항상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갑자기 끓어오른 여론에 눈치를 보며 의사 결정을 빨리하는 것이다. 냉정하게 과정과 결과를 따져야 하는데 단 몇 시간에 결론이 난다면 그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7월 부임해 올 6월까지 월드컵을 치른 신 감독 체제의 대표팀은 향후 대표팀 운영을 위해서라도 차분하게 짚어봐야 한다. 신 감독이 유임하든, 또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 등 새로운 감독을 선임이든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만 바꾼다고 상황이나 환경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난 8년이 그래도 설명해준다. 2011년 조광래 현 대구FC 대표이사 전격 경질되고 전북 현대를 잘 지도하던 최강희 감독으로 돌려막은 뒤 다시 2014 브라질월드컵은 홍명보 감독 체제로 맞이했다.
월드컵 종료 후 홍 감독 역시 이런저런 사유로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등장했다.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자 독일 축구대표팀의 중요한 축이었다. 그런데 슈틸리케 체제에서 나아진 것은 없었다.
역시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 체제로 2018 러시아월드컵을 치렀다. 신 감독은 성남 일화를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 놓고 20세 이하(U-20),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월드컵 결과는 1승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신 감독에게는 이유 모를 비난이 쏟아졌다. 축구협회의 돌려 막기 선택 때문에 경력을 쌓고 있는 좋은 지도자 여러 명이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과연은 아니다.
지도자 한 명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대한축구협회 수장인 정몽규 회장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였고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 역할도 맡고 있다. 프로 감독의 고충을 모르지 않을 것이며 지역 축구협회도 돌아다니면서 숱한 지도자들을 만나봤을 것이다.
현재 한국 축구는 유소년부터 흔들리고 있다. 학원 축구와 클럽 축구 사이에서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선수들은 실리 축구 습관이 몸에 배 있고 지도자들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는 투자 위축으로 겨우 열정으로 버티고 있다.
그나마 현장을 중시하는 홍명보 전무가 감을 익혀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한국적인 특성상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양한 기관과 풀어야 하는 문제를 시간을 갖고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학원, 클럽 등 이해관계도 조금씩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정 회장이 달라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희한하게도 한국 축구는 성인 대표팀 한 명이 바뀌면 하부 대표팀까지 영향을 받는 구조다. 매번 새롭게 시작하다 보니 시스템이 있어도 실행이 어렵다. 사람만 바꿔서 되는 일도 아니다. 오죽하면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 최종 예선 과정에서 감독 교체를 두고 쓴소리를 하를 일도 있었다.
월드컵을 관전했던 온 익명의 K리그 한 구단 경영자는 "정 회장은 익숙한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신태용 감독을 세워 놓고 경기력으로 비판받으면 새 감독으로 교체하면 된다고 보는 모양이다. 이런 식이면 국내 지도자 누가 대표팀을 맡으려 하겠는가. 하고 싶은 대표팀을 만들어야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4년 뒤 카타르월드컵은 자동으로 출전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 돌려막기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최종결정권자인 정 회장의 통절한 현실 인식과 반성 없이는 한국 축구는 더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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