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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상트]월드컵에서 빠지는 축구협회가 알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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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경쟁국, 국제 외교 외면하면 더 어려워진다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한국의 2018 러시아월드컵은 끝났습니다. 1승2패, 3득점 3실점으로 F조 3위라는 기록을 남기면서요. 스웨덴에 0-1, 멕시코에 1-2로 졌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잡는 대이변을 연출했습니다.

독일전 도시였던 카잔이나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이전까지 소위 '한국 패싱'이었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TV에서는 한국의 어떤 움직임이 독일전 승리로 이어졌는지 분석하고 신문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사진이 크게 나오더군요.

카잔에서 취재를 끝내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오니 독일전 승리 효과를 제대로 체험합니다. 거리를 지나면 '독일을 이긴 한국'으로 격하게 반겨줍니다. 브라질, 잉글랜드, 프랑스, 러시아 사람들 모두 호감을 표현합니다. 특히 멕시코인들은 "꼬레아"를 외치며 손을 흔드는 등 반가움을 표시합니다. 갑자기 형제국이 늘어난 느낌입니다. 그러게 스웨덴 좀 이겨주지 왜 패해서 말이죠.

사실 독일전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참 기분이 그랬습니다. 카잔 아레나 미디어센터에는 정말 많은 취재진이 있었는데 대다수가 독일의 16강 진출을 관찰하러 왔거든요. 특히 본선에는 올라오지도 못했던 중국 취재진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독일을 보러 왔다더군요.

CCTV 첸바오취안 기자는 "한국은 이번 대회 열심히 뛰는데 실망스럽다. 독일에 이긴다면 그 자체가 기적인 일"이라고 하더군요. 조언(?)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참 무거웠지만, 이해도 됐습니다. 국제 축구계의 환경 변화 때문이죠.

중국은 2002 한일월드컵 외에는 본선 진출 경험은 없지만, 대대적인 투자로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최종예선에서도 공한증을 제대로 깼죠. 한국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중국의 투자에 의한 성장은 부인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 축구연맹(AFC) 후원사에 중국 기업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 증명합니다.

원래 자본이 튼튼했던 일본은 비매너 논란에 휘말리면서 16강에 올랐죠. 하지만, 일본이 16강에 갔다는 역사를 만들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실력과 자질을 떠나서 한 가지 다시 한번 부러운 점은 일본은 최종예선이 벌어지던 지난해 6월 이미 실무진을 구성, 러시아 현지 실사를 통해 어디가 베이스캠프로 적합하고 경기를 치르면 이동 동선과 호텔 시설은 어떤지, 1년 전부터 점검했답니다.

본선 통과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리 대비를 한 거죠. 최종예선 통과 후에야 점검했던 한국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물론 각국의 방식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로스토프온돈과 카잔의 더위에 다소 당황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미리 움직여도 나쁠 것은 없을 겁니다.

아무튼 돌아와서, 독일을 이기면서 한국 축구에 대한 정체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정립하고 4년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뛰는 축구인지, 기본기를 다시 다지며 공간을 장악하는 점유율 축구인지 등 장점 극대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아시아 경쟁국들의 도전과 투자는 무섭습니다. 세계와의 교류도 지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한국만 위축을 거듭하고 있는데 일단 어떻게 버텨냈지만, 다음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중국은 카타르월드컵 진출을 위해 특사단을 모든 경기장에 보냈다더군요, 첸바오취안 기자는 "중국축구협회가 각국의 경기력부터 관중 분위기, 운영 등 모든 것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4년 뒤의 경쟁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세계 축구계의 흐름을 살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한국은 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테크니컬스터디그룹(TSG) 소위원회 위원인 전임 강사인 김남표 씨와 이경수 숭실대 감독이 경향 파악을 위해 월드컵을 관전 중입니다. 향후 좋은 자료물도 나오겠죠.

그런데 하나가 빠진 것 같습니다. 단순 경기력을 벗어난 국제 교류 말이죠. 한국은 탈락과 동시에 대표팀 귀국길에 보조 역할을 했던 임직원들도 돌아갔습니다. 이 좋은 외교 무대에 또다시 빠져 있는 거죠. FIFA 평의회 위원인 정몽규 회장 원톱 외교로 모든 것이 해결될까요. 우리가 떨어졌어도 좀 더 보고 배우고 교류하고 돌아갔으면 싶은데 말이죠. 발전을 위해서라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축구협회입니다.

조이뉴스24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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