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울었지만 동료를 다독였다. 자신보다 더 어린 선수가 있다며 그만 울어야 한다는 단호함도 보였다. 손흥민(26, 토트넘 홋스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독일전을 앞두고 있다. 2패를 기록한 상황이라 16강을 욕심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일을 두 골 차이로 이겨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어 있다.
모든 시선은 손흥민에게 쏠린다. 손흥민은 멕시코전 종료 직전 통렬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동선에서 수비수를 옆에 두고 시원한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글썽였다. 경기 생중계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빨리 정신을 잡고 동료들을 다독였다. 페널티킥을 내주는 핸드볼 파울을 저지는 장현수(28, FC도쿄)의 마음부터 어루만졌다. 안아주며 눈물을 흘리는 장현수를 다독였다.
황희찬(22, 잘츠부르크), 이승우(20, 엘라스 베로나) 등 후배들에게도 다가가 격려했다. 손흥민은 "이제는 후배들도 있는데 눈물을 막 흘리고 그래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손흥민 스스로 감정이 쉽게 다스려지지는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대기실로 찾아와 격려하자 다시 한번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국민적인 기대감에 대한 압박이 문 대통령 앞에서 터져 버린 것이다. 그런 손흥민을 문 대통령은 안아주며 격려했다. 문 대통령이라도 없었다면 이미 기운이 떨어진 선수들 사이에서 얼음장처럼 차다운 분위기와 마주했을 것이다.
아직 손흥민이 해야 할 일은 있다.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예정된 독일과 3차전 준비다. 독일을 이긴다면 상황에 따라 16강 진출 길이 열렸다. 멕시코에 패한 직후 손흥민이 독일-스웨덴전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도 "아직 치러야 할 경기가 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의지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손흥민은 독일전 공식 인터뷰도 참석한다. 상대가 독일이라는 점, 독일 함부르크 유스와 레버쿠젠을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 입성했던 상징성이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만 만나면 골을 터뜨리는 등 강한 모습도 보여줬다.
주장 기성용(29, 스완지시티)이 오른 종아리 염좌 부상으로 사실상 독일전 출전이 좌절됐고 부주장 장현수도 심리적인 압박감을 받은 상태에서 손흥민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그라운드의 리더 역할을 마다치 말아야 한다.
경기력에서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마무리가 돼야 한다. '황소' 황희찬도 지난 두 경기에서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는 월드컵이 주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했다. 황희찬을 이끌고 가야 한다.
손흥민은 "후배들이 정말 잘해줬다. 내가 과거에 저런 실력을 보여줬나 싶을 정도다"며 황희찬을 칭찬했다. 리더다운 언변과 생각을 갖춘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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