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의 푸른피는 더는 몸에 흐르지 않는다. '블루 소닉'에서 '레드 소닉'이 된 '유다' 이상호(FC서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상호는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겸 올해 세 번째 슈퍼매치에 선발로 출전해 1-0 승리에 기여했다.
처진 공격수로 출전한 이상호가 볼을 잡으면 수원 팬들의 아유는 자동 반사였다. 전반 수원 진영으로 공격하는 이상호에게는 괴로운 시간이었다. 후반에도 비슷했다.
절호의 기회도 있었다. 후반 16분 고요한의 패스를 곽광선이 자책골로 연결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호는 곽광선 뒤에 있었다. 볼이 흘렀다면 충분히 골을 노리는 것이 가능했다.
이상호는 후반 45분 김원식과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서울 팬들은 이상호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반면 근처에 있던 수원 팬들은 거친 함성으로 이상호의 심리를 흔들었다.
곽광선의 자책골로 1-0 승리로 끝난 뒤 서울 팬들에게 인사한 이상호는 대담하게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가 있는 북쪽 관중석을 향해 걸어갔다. 관중석에서는 물병이 날아왔다. 팬들이 '유다'로 낙인찍은 선소라면 응당 거쳐야 하는 통과 의례였다.
그 순간 반대편 서울 원정 팬들에게서는 "이상호! 이상호!" 응원이 들려왔다. 이상호는 그라운드에 놓인 물병을 들어 목을 축인 뒤 펜스까지는 가지 못하고 광고판 인근에서 인사를 한 뒤 돌아갔다. 다시 한번 서울 팬들은 "이상호!"의 이름을 연호했다. 확실하게 '서울맨'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이상호는 올해 3월 5일 수원과의 홈 개막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1-1 무승부에 기여했다. 6월 18일 수원 원정에서는 벤치에 대기하고 있다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실상 이날이 수원 팬들에게 제대로 인사하는 날이었다. 서울과 수원 사이에 선수 이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상호의 서울 입단은 그야말로 두 팀의 라이벌 관계를 더 굳히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황선홍 감독은 "이상호의 활약에 100% 만족한다. 친정팀을 상대로 심리적 부담이 컸을 텐데 털어냈다. 팀을 위해 열정적으로 축구를 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다"며 극찬했다.
이상호는 담담했다. 그는 "야유가 나오리라고 생각했다. 전반에 야유가 쏟아져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후반에 몸이 풀리면서 좋은 경기를 했다.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골 욕심을 냈을 텐데 아쉽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욕심은 더 커졌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한 번 더 싸우기를 바란 것. 이미 두 번의 슈퍼매치를 수원에서 했기 때문에 서울에서 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스플릿 라운드에서 다시 만나 슈퍼매치를 했으면 좋겠다. 그때는 꼭 골을 넣겠다" 각오를 다졌다.
물론 예의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이상호는 "골 세리머니는 하지 않겠다. 수원에서 계속 뛰었으니 자제하는 것이 옳다. 만약 오늘 골을 넣었어도 세리머니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경기 후 수원 팬들의 격한 환영(?)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반응은 예상했다. 그래도 인사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며 "물병이 날아왔는데 마침 목이 말라서 시원하게 마셨다"며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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