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드라마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는 없다. 배우 송중기는 영화 '군함도'에서 군인 역할이지만 다른 박무영을 연기한다. '군함도'는 어떤 작품에서든 "허투루 쓰이고 싶지 않다"는 배우 송중기의 신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송중기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송중기는 강한 의지와 신념을 바탕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박무영 역을 맡았다.
송중기는 군 제대 후 첫 스크린 복귀작으로 '군함도'를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송중기는 "영화 '늑대소년' 끝나고 너무 하고 싶은 영화가 있었다. 하지만 영장이 나와서 못 하고 갔다. 작품에 정을 주고 입대를 했더니 군대 가서도 그 작품이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군대에 있는 동안 영화로 복귀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어요.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드라마로 컴백을 했어요. 그래도 드라마 끝나고 영화를 찍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더 욕심이 났죠. '군함도'는 큰 작품이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하는 영화라서 진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하고 싶은데 못한 마음이 쌓여있을 때 나타난 게 '군함도'였죠."
왜 류승완 감독과 함께 영화를 하고 싶었을까. 송중기는 "군인에게 휴가는 엄청나게 큰 의미"라며 "군 휴가 때 류승완 감독님의 '베테랑'을 봤다"고 고백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매니저가 '베테랑' 시나리오를 줬어요. 유아인 배우가 베테랑에서 연기하는 걸 보고 저와 친구이지만 부러웠어요. 또 '우리나라 영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뭐냐'고 제게 물으면 류승완 감독님의 영화 '주먹이 운다'라고 말해요. '주먹이 운다'는 5번, 10번 본 것 같아요."
지난 19일 '군함도'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끝나고 캐릭터 박무영이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와 비슷하다는 평도 있었다. 송중기는 "제가 먼저 류승완 감독님께 '군함도'를 하고 싶다고 연락했다"며 "그때는 '군함도'라는 작품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감독님께서 제가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류승완 감독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그때가 '태영의 후예' 촬영 막바지였는데 이 역인 줄 몰랐어요. 군함도 촬영을 할 때도 그렇게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 평들이 있을 수 있어요. 직업도 군인 역할이니까요. 하지만 연기하는 면에서는 다른 모습이에요. 일반 관객 분들도 그걸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송중기는 유시진 대위와 송무역 캐릭터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랐냐는 질문에 "'태양의 후예'에서는 평소 제 모습을 담았던 것 같다. 특히 능글 맞게 연기한 것도 그렇다. 김은숙 작가님도 그 말씀을 하신 적 있다"며 "하지만 같은 군인이지만 '군함도' 소재 속 박무영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외적, 내적으로 가벼운 제 모습은 뺏다"고 밝혔다.
군 입대 전, 후로 연기에서 크게 달라진 점도 언급했다. 송중기는 "군 입대 전에 군인 역할을 했다면 그 역할이 크게 와닿지 않았을 것 같다"며 "군대 경험을 했더니 그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인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군복이 편하다. 군복을 입고 연기하니 편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군함도'에서 연기할 때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 송중기는 주저없이 "탄광신"이라고 말했다. 송중기는 "탄광신을 찍는 게 힘들었다. 리얼하게 담기 위해 실제 촬영 장소가 매우 좁았다. 탄광신에 폭발신도 있었다"며 "스탭들과 배우들 다 기어다녔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군함도'를 촬영하고 난 후 역사 인식도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송중기는 "류승완 감독님은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 직간접적으로 감독님께서 많이 배웠다"며 "몰랐던 것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다. 예로 들자면, 예전에는 연예 뉴스를 먼저 봤다면 이제는 사회, 정치 분야를 본다. 한 번도 안 봤던 JTBC 프로그램 '썰전'도 봤다"고 언급했다.
송중기는 '군함도'의 어떤 매력에 끌렸는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특히 소재가 주는 의미를 꼽았다.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밌었다. 첫번째 시나리오를 봤을 때 탈출 시퀀스가 굉장히 좋았다. 두번째 봤을 때는 각 캐릭터들이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게 짠했어요. 그리고 제 캐릭터를 봤을 때는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려는 박무영에 굉장히 공감이 갔어요. 그리고 난 후에 '또 군인 역이네' 느끼긴 했지만요. 또 실제 있었던 소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게 주는 묵직함을 무시할 수 없었어요."
송중기는 한류 스타다. '군함도'가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한류스타로서 작품을 선택하는 데 주저함이나 부담감은 없었을까. 송중기는 이 질문에 "왜 위험요소인지 모르겠다"며 "실제 없었던 일을 꾸며낸 거라면 안 된다. 하지만 '군함도'는 실제 있었던 일을 있었다고 말하고 잘못된 게 있으면 그렇다고 말하는 영화"라고 단호히 말했다.
"한류스타라고 해서 이 작품이 제약이 될 거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문화계에 있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게 있는데 무시하는 거면 그게 웃기는 거죠. 해외 팬 분들도 저를 사랑하는 이유로 이 역사적 사실을 안다면,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찌됐든 한국 배우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한국 작품이 제일 중요해요. 그리고 지섭이 형도 계시는데 감히 제가.(웃음) 그리고 제 성격을 봤을 때 당당히 뭔가를 하는 게 좋아요. 숨기는 게 오히려 답답할 것 같아요."
송중기는 '군함도'에서 배우 황정민, 소지섭 등과 함께 연기했다. 인터뷰에서 송중기는 선배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지섭이 형이 굉장히 많이 챙겨주셨어요. 촬영을 할 때, 안 할 때 모두 그랬어요. 지금 제가 '태양의 후예'로 한류스타라고 다들 말하시지만 지섭이 형이 더 일찍 한류스타를 겪으셨어요. 그래서 제게 도움이 될 만한 말들과 행동을 해주셨어요."
배우 황정민에 대해서도 "'역시 대배우시구나'라고 생각했다. 리허설 할 때 특히 그랬다"고 말했다. 또 배우 이정현에 대해선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잘 해주셨다. 항상 밝으셨다"고 밝혔다.
송중기는 배우로서 신념을 드러냈다. "예전에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했었을 때 '주연급으로 올라왔는데 왜 메인을 안 맡고 아역을 연기했냐'는 말을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촬영했을 때 굉장히 재밌었어요. 짜릿했던 경험이었어요.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이 작품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였다고 생각했죠. 방영이 된 후에도 제 눈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시청자 분들이 굉장히 칭찬해주셨어요. 같이 연기한 배우 한석규 선배님도 칭찬해주셨죠. 그때 배우 송중기로서 생각하게 됐어요. '역할이 작더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배우로서 좋은 것'이라고 확고히 느꼈어요. 신선한 충격이었죠. 앞으로도 배우 생활 하면서 그런 마음가짐을 지키고 싶어요."
'군함도'는 올 여름 관객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대작이기도 하다. '군함도'가 '천만 영화'가 될 거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송중기는 이에 대한 생각과 부담감을 밝히기도 했다.
"'군함도'가 천만 영화가 될 거라고 하는 건 기획 자체가 크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군함도'가 천만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건방진 태도 같아요. 기대가 높으셔서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긴 해요. 기대가 높으신 만큼 실망이 크실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언론 배급 시사회 때 배우들이 덜덜 떨었어요. 다들 긴장했죠."
송중기는 인터뷰 말미에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자신의 연기 신념을 확고히 전했다.
"작품에서 허투루 안 쓰이는 배우가 싶어요. 예전에는 '쓰인다'는 말이 좀 그랬지만 어쨌든 배우는 제작진에 선택을 받아야 하니까요. 작품 안에서 역할이 크든 작든 제 역할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편, '군함도'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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