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모태구에 대한 이런 반응을 예상하기 힘들었죠."
'보이스'의 김재욱은 강렬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잔인하고 섬뜩했던 희대의 살인자였다. 김재욱 특유의 미묘한 분위기에 '섹시한 악역'이라는 예상치 못한 반응도 쏟아져나왔다. 결과적으로 드라마의 '히든카드'가 된 김재욱이었다.
김재욱은 지난 27일 '보이스' 종영을 기념해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드라마가 끝난지 2주가 다 되어가던 시점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작품에서 확실히 벗어났다는 느낌이 없다. 후유증이다. 벗어나야겠다는 수단이 생각이 안 난다"라며 "인터뷰를 하게 된 것도, 말로 풀어내며 '보이스'와 모태구를 정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재욱에게도 그만큼 잔상 깊은 작품이었다.
김재욱은 극중 사이코패스 살인마 모태구 역을 맡았다. 권력을 지닌 상류층의 얼굴 뒤에 감정을 배제한 듯 태연하고 천진한 일관성으로 살인을 저지른 인물로, 공포를 자아냈던 얼굴이다. 살인마로 투입됐던 그 시작부터 끝까지, 모태구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그는 "중간 투입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 그 작품에서 캐릭터가 왜 존재하는지 보여주는게 우선이었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오래 했다.'보이스'라는 작품이 구축돼 가는 것을 즐겁게 봤고, 모태구가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도 봤지만 정작 도움을 얻은 건 최근 일련의 사회적 사건들이었다. 그는 "살면서도 봤고, 최근에도 심심치 않게 보면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부모님에게도 드라마를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할 만큼, 그는 잔인하고 섬뜩한 모태구를 마음껏 연기했다. 그는 사이코패스 모태구에 대해 "살인자의 모습이 아닌 상류층으로 존재할 때 모태구와 살인 본능에 취해있는 모태구, 두 지점을 어떻게 표현해야 효과적일지 고민을 했다"라며 "태구의 아픈 유년시절을 모르고 연기했다. 기본적으로 가져간 베이스는 타고난 악인이었다. 일말의 동정심도 가질 필요도 없는 인물로 연기했었다. 막판에 태구의 과거가 나왔지만, 제가 만들어놓은 태구 안에서는 '그러든가 말든가'라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미소신에서는 동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끔찍한 살인을 이어가던 모태구도 결국은 자신보다 더한 악인에게 최후를 맞았다. 모태구에겐 '슬픈 엔딩'이었을지 몰라도, 시청자들에겐 통쾌한 엔딩이었다. 김재욱 스스로도 바랐던 결말이다.
김재욱은 ""제가 다 속이 시원했다. 태구의 몰락과 결말로 보는 시청자들이 통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끝이 나야 하는 악인이다"라며 "그보다 더한 악인으로 인해서 끝을 맞이한다. '악의 순환'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잔인했던 모태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섹시하다'는 반응도 얻었다. 김재욱 특유의 이미지로 미묘한 분위기의 살인자 캐릭터를 만들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김재욱은 "이런 반응을 예상하기 힘들디"고 웃으며 "욕을 먹으면 먹을 수록, 내 연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반응도 나왔다. 섹시하다든가, 연기적인 부분에서건 좋은 평가가 있을 때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주변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김재욱은 "처음부터 만들고자 한 것은 제 안에서 진화하고 완벽해가는 모태구였다다. 그러니까 더 얼떨떨하다. 얻어걸린 기분이다"고 웃었다.
김재욱에게 '보이스'는 여러모로 의미있는 작품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대중들의 주목도 받았다. '꽃미남 배우'의 수식어를 깨고 또다른 배우의 얼굴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도 해소했다.
김재욱은 '꽃미남' 수식어에 "내 외모보다 이미지의 문제인 것 같다. 사실 한 두번 밖에 안한 카테고리에 있는 인물인데 '이런걸 잘할거야'라는 이미지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비슷한 선상의 제의가 계속 들어왔다"라며 "그 길로 계속 가봤자 저도 즐겁지 않고 제가 소모가 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 선택을 하다보니 모태구라는 인물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보이스'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차기작이나 다음 캐릭터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김재욱은 "지금으로서는 전혀 부담감이 없다. 고민을 하는 지점이 차기작을 정했을 때부터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악인이라고 배제할 가능성도 없다. 아마 다음 작품도 제가 제일 욕심이 나고 마음이 가는 작품일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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