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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림]박근혜의 '대박', 그리고 '변호인'의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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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어만 남긴 기자회견과 메시지를 남긴 흥행

[권혜림기자] 영화 '변호인'이 무서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분절적으로 차용한 이 영화는 한 인물의 생애사를 넘어 현 시대에까지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며 극장가에 파란을 몰고 왔다.

영화가 고속 흥행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지금, 시국은 하수상하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추진과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 경제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 이슈들이 여론을 뒤흔들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매개로 상식과 자각(自覺), 연대를 말한 '변호인'의 흥행이 유의미한 이유다.

공식 개봉 19일 만인 지난 6일, 영화는 800만 관객(이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넘어섰다. 지난 4일 영화는 개봉 17일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1일 만에 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아바타' '7번 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기록보다 빠른 속도다.

이런 흥행세라면 '변호인'이 올해 첫 '천만 영화'가 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1천만 관객 돌파가 아닌 흥행 신기록 수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세 편의 흥행작은 장기 흥행으로 1천만 명 이상의 최종 스코어에 도달한 케이스다. 연일 이보다 뜨거운 이슈를 몰고 있는 '변호인'의 흥행 추세 역시 점치기 어렵지 않다.

'변호인'이 800만 관객을 돌파한 지난 6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현 정부를 향해 국민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불통(不通)'의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난 회견이었다. 대북 문제와 대일 외교 문제, 경제 '활성화' 대책 등 다양한 화두가 거론됐지만 가장 큰 이슈로 남은 것은 "통일은 대박"이라는 유행어 뿐이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영화의 흥행을 사회적 분위기와 떨어뜨려 관찰하기도 어려워졌다. 정부는 철도를 비롯한 공공 부문을 시장 논리에 맡기려 하고, 이에 맞선 노동자들은 12월 거리로 나와 총파업에 나섰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암울한 시대에 안부를 묻는 대자보는 대학가의 벽을 장식했다.

숱한 논란에도 대통령의 회견은 이렇다 할 해답 없이 마무리됐다. 그와 대비되게도, '변호인'의 흥행은 고민해볼 만한 시사점을 안긴다. 불이 붙은 관람 행위와 관람 이후 이어지는 호평이 그렇다. 관객들은 영화 속 송우석(송강호 분)과 같은 인물이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가려운 등도 시원하게 긁어주길 바랐을지 모른다.

지난 2013년 말, 영화는 특히 주목할 만한 흥행 성과를 냈다. 크리스마스엔 역대 최고 일일 관객수를 기록했고 12월31일에만 46만5천391명의 관객을 모았다.

통상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연말 시즌은 고민 없이 즐길 만한 오락 영화들이 극장가를 휩쓸기 좋은 시기다. '변호인'은 한국 근현대사의 무거운 상처, 숱한 희생자들을 양산한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 색깔 정치의 기승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용공 조작 사건이 핵심 소재다. 고문 장면 역시 직접적으로 그렸다. 연말 연시 들뜬 분위기에 어울릴, 웃고 떠들기 좋은 영화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변호인'에 몰려들었고, 열광했다. 영화는 실관람객만이 남길 수 있는 CGV 예매 사이트의 리뷰란에서 9.8점의 높은 평점을 기록 중이다. 개봉 4주차에 접어든 지난 6일 오후 8시 경에도 영화는 23.2%의 예매점유율로 2위 '용의자'(7.8%), 3위 '플랜맨'(7.0%)을 압도했다.

영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차용했다는 사실은 흥행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법했다. 그러나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 매끄러운 만듦새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충분했다. 더불어 작품이 인물의 개인사가 아닌,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메시지를 전하는 데 성공하면서 우려는 눈 녹 듯 사라졌다.

쏟아지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변호인' 측은 개봉 20일째인 현재까지 배우 송강호와 김영애 외 다른 유관 인물들의 인터뷰를 고사하고 있다. 첫 연출에 도전한 양우석 감독도, 제작자인 위더스필름 최재원 대표도 예외가 아니다. '변호인'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무리 없는 연기로 호평을 얻은 임시완도 마찬가지다. "할 수 있는 한 영화만으로 말하고 싶다"는 것이 '변호인' 관계자의 설명이다.

때로 침묵이 더욱 강하게 와닿는 법이다. 영화를 만들고 연출한 관계자들이 애써 입을 열지 않아도 '변호인'을 향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이 '안녕하지 못한' 시대를 대변하는 징후로 읽힌다.

슬프게도 영화가 그려낸 30여년 전 사회상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달구는 고민들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정의와 상식을 말하는 '변호인'의 호명에 800만 명이 응답했지만, 스크린 밖 시국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국가란 국민"이라는 송우석의 외침은 그래서 역설로 다가온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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