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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위클리]'거장' 김기덕은 '나쁜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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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보도 파문…여배우의 폭로 "성폭행 당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거장' 김기덕 감독의 추악한 민낯이 폭로됐다. 'PD수첩'을 통해 김기덕 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대중문화계와 시청자들은 경악에 빠졌고, 외신은 한국 '미투 운동' 중 가장 충격적인 뉴스라고 보도했다. 김기덕 감독은 아직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 6일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의 영화계 사건을 다룬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을 방송했다. 피해자들의 증언 강도는 셌고, 그만큼 파장도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방송에서 김기덕 감독의 성희롱적 발언은 물론 더 나아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감독이라는 막강한 권위와 권력을 이용해, 여배우들을 희롱하고 유린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증언은 충격 그 자체였다.

2013년 영화 '뫼비우스'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가 중도하차했던 여자 배우 A씨는 지난해 김기덕 감독을 폭행과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김기덕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고 뺨을 때린 것이 연기 지도였다고 주장했다. 카메라 앞에서 다시 입을 연 A씨는 김기덕 감독이 자신을 폭행했던 이유에 대해 김기덕 감독이 요구한 성관계에 자신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여성 영화 관계자와) 셋이서 함께 성관계를 맺자는 제안을 했다"고 폭로했다.

김기덕 감독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또다른 배우 B씨의 증언도 있었다. B씨에게 신체적 부위, 성관계에 대한 노골적인 질문을 던졌고, 수위 높은 성희롱 발언에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PD수첩' 제작진은 이를 고스란히 방송에 내보냈다.

배우 C씨는 영화 '뫼비우스' 합숙소 현장에서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배우 C씨는 영화 캐스팅이 확정된 이후 촬영 시작 전부터 김기덕 감독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피해자는 첫만남부터 바지에 손을 넣는 등 성추행이 있었고, 성폭행에 저항하자 구타를 당했다고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후에도 합숙소에서 김기덕 감독이 수차례 성폭행을 시도했으며,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조재현에게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합숙 장소를 '지옥'으로,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을 '여자를 겁탈하려는 하이에나'로 표현하며 고통을 토로했다.

'PD수첩' 제작진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실관계 확인과 해명을 듣기 위해 김기덕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김기덕 감독은 인터뷰 대신 장문의 메시지로 "영화 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동을 한 적은 없다"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다"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피해자들의 성폭력 주장을 반박한 셈이다.

'PD수첩'의 이같은 방송 내용은 시청자들은 물론 영화, 대중문화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대중들은 피해자들의 폭로를 접하고 끔찍한 분노, 모욕, 배신감, 비통함, 상실감 등을 표출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국내 영화계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감독이다. 1996년 영화 '악어' 연출로 데뷔한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 '빈집' '사마리아'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등 2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해왔다.

그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거장'이었고, 자랑스러운 국내 영화인이었다. '봄여름가을그리고 겨울'은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에 선정됐고, '피에타'는 세계3대 영화제인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이다. 수상 이력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김기덕 작품은 세계 유수의 영화제가 사랑한 감독이었다.

동시에 김 감독은 끊임없이 주류 영화계와 충돌하는 한국 영화계의 이단아였다. 그의 작품은 확고한 작품 세계와 강렬한 화법, 적나라한 묘사 등으로 불편한 문제작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처럼 김기덕 감독은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한국 영화계에 있어 상징적인 인물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대중문화계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 속 김기덕 감독의 성폭행 폭로는 또 다른 의미에서 적지 않은 충격과 분노를 안기고 있다.

작품 속에서 개인의 고뇌와 인간 존재에 대한 고찰을 그리려 노력했다던 김기덕 감독이, 촬영장 뒤켠에서는 여배우들을 성적으로 유린하는 추악한 '권력'이었다. 작품 속 성적인 묘사보다 여배우들의 입에서 나온 폭로들은 더 끔찍하고 잔인했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영화인들도, 배우들도, 그리고 그의 작품을 사랑했던 이들이 분노와 배신, 모욕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외신도 이번 사태를 집중 보도하면서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외신들은 'PD수첩'의 김기덕 성폭력 논란을 비중있게 조명했다. 특히 할리우드리포터는 "김기덕의 혐의는 최근 일련의 '미투(#MeToo) 폭로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감독의 23번째 장편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지난달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스페셜' 부문에 초청됐던 작품으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사람들이 군함을 타고 여행을 하던 중 미지의 공간에 다다르자 탑승객들이 생존을 위해 여러가지 비극적인 사건들을 일으키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신작의 수위도 세지만, 그보다 인간에 대한 존중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다는 그의 작품관 역시 진정성에 훼손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작품 뿐만 아니라, 그가 이전에 연출했던 작품들 속 '성적 묘사'가 다시 한 번 들춰지며 불편함을 안기고 있다. '나쁜 남자'에서 짝사랑하는 여대생 선화(서원)를 창녀촌으로 끌어들인 사창가 깡패의 이야기나, '뫼비우스' 속 남편에 대한 복수심으로 엄마와 아들이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는 이야기가 그렇다. 그가 의도한 메시지, 비유, 상징성은 사라지고 근친상간 장면, 성기 절단 장면 등 자극적인 내용이 편집돼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이미 '거장'의 추락, 작품의 훼손이 시작됐다. 김기덕 감독은 아직 말이 없다. 방송 이후 줄곧 휴대폰을 꺼둔 채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대로 '거장'은 '나쁜 감독'이 될 것인가. 이번 사태의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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