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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세번째 살인' 고레에다라서 가능한 스릴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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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심판'이라는 키워드, 쉼 없이 엮는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누가 심판하는 걸까요?"

영화 '세 번째 살인'(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수입·배급 (주)티캐스트)에서 야마나카 사키에(히로세 스즈 분)의 물음은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다.

영화계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번엔 스릴러물을 가지고 왔다. 복잡한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를 예리하게 파헤친 따뜻한 드라마를 선보였던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다소 생소한 장르다. 하지만 원형(原形)은 사리지지 않는 법. '세 번째 살인'은 스릴러이지만 그 안에는 그만의 예리한 통찰력이 담겨 있다. '세 번째 살인'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스릴러 드라마다.

'세 번째 살인'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승리밖에 모르는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는 사형이 확실시된 미스미(야쿠쇼 코지 분)의 변호를 맡게 된다. 미스미는 자신을 해고한 공장 사장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미스미는 변호인에게 범행의 동기, 과정 등에 대해 여러 번 말을 바꾸지만 시게모리는 사건의 진실엔 그닥 관심이 없다. 미스미의 형을 낮추기 위해 "살인의 동기는 원한으로 가야 한다"며 사건의 진실을 만들어갈 뿐이다.

하지만 시게모리는 서서히 사건을 둘러싼 진실에 속절없이 휘둘린다. 미스미의 과거, 공장 사장 딸의 거짓말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을 하나 둘 맞닥뜨리기 시작하는 것. "내가 뭘 만지고 있는 걸까." 시게모리는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이 된 듯한 답답함을 느끼며 말한다. 코끼리의 전체가 아닌 부분만 만지고 있는 것처럼, 파편화된 진실의 조각들만 더듬거리는 느낌. 시게모리의 혼란은 관객에게 전이된다. 이와 함께 미스미의 재판일은 점점 다가온다. 아무도 사건의 진실은 모른 채.

영화는 일어난 사건의 퍼즐을 맞춰간다는 점에서 기존 스릴러 장르와 닮았지만 액션, 공포, 살인·범죄 행위 등을 보여주는 동류의 여타 작품들에 비해 다소 '조용한' 전개와 느린 쾌감을 전한다. 그러나 구치소 접견실에서 시게모리와 미스미가 진실의 조각들을 치열하게 주고 받는 공방 신은 극도의 서스펜스이자 영화의 백미다. 접견실 창 하나를 두고 서로를 조용히 마주할 뿐이지만 이들이 주고 받는 눈빛, 표정, 대화는 숨 죽일 수밖에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카메라는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이의 표정에 집중한다. 그만큼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장면들이다.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야쿠쇼 코지는 이를 빈틈없이 연기해낸다.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야쿠쇼 코지는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최고의 배우들이 함께 하는 장면들은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선물한다. 영화는 이 상황을 조용히 응시한다. 마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또한 이들의 연기에 오롯이 반한 것처럼.

'세 번째 살인'은 서스펜스에 드라마가 아닌, 드라마에 서스펜스를 더한 듯하다. 극을 움직이는 묵직한 힘은 사건 아래 감춰진 인물들의 드라마이기 때문. 영화에 등장하는 세 가족은 모두가 하나 같이 삐걱거린다. 시게모리는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딸을 두고 있다. 살해 당한 공장 사장의 딸 야마나카 사키에 또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산다. 미스미 또한 가족의 상처를 껴안고 있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가족 드라마를 만들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색깔이 그만큼 묻어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예리한 통찰력으로 자신의 작품에서 인간과 이들 간의 관계를 다양하고 깊게 그려왔다. '세 번째 살인'에서도 인물들 간에 일어나는 '진실'과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쉼 없이 엮으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진실을 마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을까'라고. 영화는 퍼즐이 다 맞춰진 것처럼 보이는 진실을 다시 한번 과감히 뒤엎으며 이 물음을 끝까지 끌고 나간다. 덧붙여 영화의 물리적 배경은 법정이기에 극을 관통하는 질문은 좀 더 거시적인 사회문제, 사형제도와도 맞닿아 있다. 제목과 달리 극 중에서는 두 번의 살인만 등장하는 게 힌트다.

한편 '세 번째 살인'은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마스터스 부문 공식초청,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 공식초청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영화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25분, 15세 이상 관람등급.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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