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경제 연예 스포츠 라이프& 피플 포토·영상 스페셜&기획 최신


엔터경제 연예 스포츠
라이프& 피플 포토·영상
스페셜&기획 조이뉴스TV

[이거한번볼래?]'더마스터-음악의 공존' ★★★★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대중가요부터 국악·클래식까지, 대가들의 무대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또 음악 경연인가. 무거운 피로감이 몰려왔다. 벌써 수 년째 안방극장엔 음악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넘치고 있다. 그 방식과 틀이 다를 뿐, 노래하는 사람들을 순위로 줄세우는 건 매한가지다. 1위와 꼴찌, 합격과 탈락. 무대 밖 '극적 순간'들이 더 부각되니, 무대가 뒷전인 순간도 많다. 온전히 노래 그 자체에 집중한 적이 언제였던가.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음악 경연 프로그램과 멀어졌다.

라이브 황제 이승환, 국민가수 최백호,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 뮤지컬 디바 최정원, 재즈계 대모 윤희정, 천재 국악 명창 장문희

엠넷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이하 더 마스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희한한' 라인업 때문이었다. 최백호와 이승환 등 좀처럼 경연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든 가수들을 불러모은 것도 신기한데, 대중가요부터 클래식, 재즈, 국악,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한자리에 모여 경연을 펼치는 것도 '생소한' 그림이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물론 기대감 이면에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대가'들을 불러놓고, '그 나물에 그밥'인 경연프로그램을 만들까봐.

'더 마스터'는 MBC '나는가수다'를 연출한 엠넷 신정수 국장이 진두지휘한 프로그램이다. 더 넓고, 더 깊은 음악의 세계를 만든다는 취지로 대중가요, 클래식, 국악, 재즈, 뮤지컬, 공연·밴드 등 각 장르를 대표하는 음악인(마스터)들이 매 주 하나의 주제를 두고 장르별 무대를 꾸민다. 이후 관객들이 선택한 가장 감동적인 무대의 마스터를 선정한다.

전문적인 심사위원단은 배제하고 오롯이 청중평가단 300명의 선택에 맡긴다. 이미 최고의 기량을 가진 이들이니, 어쩌면 전문 심사위원단의 평가가 무의미할 수도 있을 터.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두드리는 것이 먼저다. 또 경연 프로그램이지만, '경쟁'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도 흥미로웠다. 1위는 있지만, 2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는 따로 매기지 않는다. 그러니 출연자들은 순위에 대한 걱정보다, 오롯이 무대에 대한 부담을 안으면 된다.

'더 마스터'는 지금껏 세 번의 무대를 펼쳤다. '운명'으로 문을 열어 '사랑' 그리고 '세대공감'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첫 무대부터 전율이 왔다. '클래식 마스터' 임선혜는 김형석이 편곡한 '울게 하소서'로 '더 마스터'의 첫 장을 열었다.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에게 무대가 속박이라 생각했지만 무대에 선 그 순간이 가장 자유롭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임선혜의 마음이 무대 위에서 음악으로 되살아났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표현력과 전달력,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목소리가 무대를 꽉 채우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무대를 끝난 임선혜는 "무대에서 박수를 받는 순간, 이 자유가 관객들에게 선물 받은 것 같았다"고 울컥했다. 임선혜는 이 무대로 '더 마스터'의 첫 그랜드 마스터가 됐다.

어머니가 돌아가면서 비로소 노래를 완전히 이해하게 됐다는 최백호의 '아씨' 무대는 긴 여운을 남겼다. 무대에서 외로움을 느꼈다는 국악 마스터 장문희의 무대도, 강렬한 카리스마의 윤희정의 무대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 합창단과 무대를 꾸민 이승환은 노래의 의미를 곱씹게 하며 울림을 선사했다.

경연 결과에 상관 없이 무대 자체를 넋놓고 본 것이 참 오랜만이었다. '악마의 편집'도 없었고, 결과 발표를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하며 긴장감을 조성하지도 않았다. 요즘 보기 드물게 '정직한' 프로그램이다보니, 보는 사람에 따라 단조롭고 심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화려한 장치를 다 걷어내니 무대에 집중하고, 노래에 귀기울일 수 있었다. 대중가요가 아닌 다양한 장르가 안방 무대에서, 그것도 이질감 없이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관록이 빛난 마스터들의 힘이기도 했다. 무대를 계속 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출연자들의 연륜이 자칫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거리감을 줄 수도 있었을 터. 자칫 무대가 무겁지는 않을까. 지루하지는 않을까. 젊은 색깔의 엠넷과 성격이 잘 맞을까. 걱정도 됐다. 40년째 노래를 하고 있는 최백호, 34년 국악 외길만 걸어온 장문희, 음악인생 45년의 윤희정까지. 상대적으로 28년차 이승환과 임선혜가 젊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고리타분하지 않다. 거장들의 무대는 품격 있으며 도전은 신선하다.

개인적으로 세 번의 무대 중 가장 흥미로웠던 무대는 '세대공감'으로 진행된 콜라보였다. 최정원은 뮤지컬의 미래를 책임질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과 함께, 최백호는 밴드 옥상달빛과 '빈대떡 신사'를 부르며 신구 조화를 보여줬다. 국악 마스터 장문희는 래퍼 샵건과 함께 춘향전을 새롭게 재해석한 '이몽룡아' 무대를 꾸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악의 한스러움보다, 랩과 어우러진 재기발랄한 무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디신의 아티스트들을 섭외해 소녀시대의 '지'를 부른 이승환의 무대는 흥겨웠다.

'더 마스터' 무대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과 국악의 높은 장벽이 허물어진다. 재즈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의 부제인 '음악의 공존'과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그것이 '마스터'들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임선혜는 "클래식은 관객을 맞이한다. 대중에게 갈 수 있는 길은 열리지 않았다. 대중에게 먼저 다가서기 위한 선택이었다"라며 "낯선 모험, 음악 인생의 큰 이벤트"였다고 했다. 판소리 외길 인생을 걸어온 장문희는 "옛것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만한 가치를 찾고 싶었다"고 했다. 윤희정은 "재즈, 어렵지 않아요. 내 얘길 들어보세요. 설득하고 소통하고 싶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에게는 모험이었고, 각 분야를 대표하는 책임감의 무게도 컸다.

최백호와 윤희정, 최정원은 세 번의 경연을 끝으로 무대를 끝으로 떠났다. 프로그램 출연이 쉽지 않았을 마스터들의 도전이 고마웠다. 그리고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다음 경연에는 대중음악 마스터 박정현, 뮤지컬 마스터 박은태, 재즈 마스터 김광민이 합류한다. 이들은 또 어떤 새로운 그림들을 또 만들어낼까. '더 마스터'의 여정이 기대된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이거한번볼래?]'더마스터-음악의 공존' ★★★★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