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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 함께-성평등]심재명 든든센터장 "성폭력 각성과 변화, 고무적"(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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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지난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촉발한 '미투(Me, Too)' 운동의 확산과 더불어 여성의 삶과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동등한 권리가 무엇보다 전제돼야 한다는 합의와 함께 양성의 평등이 점차 중요하게 대두됐다. 조이뉴스24는 인권 기획 중 첫번째로 '성평등'에 대한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지난 3월 개소 1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과 공동 기획으로 영화산업 내 성평등 실태와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을 살펴본다. 이 밖에도 문화 예술계 전반에서 진행되는 성평등 운동과 성희롱, 성폭력 피해사례 및 유관단체의 지원, 예방과 근절 방지 대책을 알아봤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첫 성평등단체로 출범한 든든이 개소한지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지난 1년 반 동안 든든은 영화계 내 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 예방교육 실시, 관련 포럼 등 바쁜 행보를 걸어왔다. 든든과 함께 한 이번 성평등 기획 시리즈에서는 임순례 감독과 함께 든든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심재명 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발자취와 현안, 그리고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지난 1년 반의 성과와 의미를 짚어본다면?

"우리가 센터 오픈 전 예상했던 것보다는 신고건수가 많았다. 든든은 법률적 지원과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합의, 합의를 통한 해결 등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실제로 사건이 완결되기까지는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단번에 해결되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 중인 사건이 많다. 법률적 지원과 의료지원을 병행하면서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2차 가해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많아 그 점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전문위원들이 몸고생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을 받는 작품들은 제작 전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상업영화도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 교육 이수 방향으로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의무로 규정하지 않으면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스태프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 교육을 받는 시간을 내는게 쉽지 않은 것 같다. 표준근로계약서 안에 성폭력 관련 항목이 들어가있지만 자발적으로 교육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동기부여나 교육 후 효과 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인다."

"든든 개소 후 고무적인 것은 현장에서 (성폭력적인)발언을 한다는 것에 대한 각성을 하는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발언을 조심하는 것이 달라졌다거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고, 젠더 이슈와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영화계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도 많은 변화를 보였다. '걸캅스', '미쓰백' 등 남성주의적 소재에서 벗어나 좀 더 새로운 시각과 여성주의적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 하겠다."

-영화계 성폭력 사건 사례의 특징이 있는지?

"영화쪽은 일의 특성상 프로젝트 단위로 모이는 경우가 많다. 프리랜서가 많고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다보니 피해자가 나의 대한 소문과 악의적 평가, 이로 인한 경력 단절을 두려워한다.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피해자가 개인이 조직과 싸워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것 같다. 그래서 신고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계 피해사례를 보면 권력과 위계관계에 의한 가해가 많은데, 경력이 짧을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권력과 위계에 의해 벌어지는 상황이 많고 영화 초반 기획단계에서 시나리오 작업, 제작현장 등 프라이빗한 공간 등 1대1 작업 시 막내급과 신인배우 등이 피해를 입었다. 무엇보다 여러 사례를 접하며 증거와 기록,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지난해 결산 자료에 따르면 2차 가해에 의한 피해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미디어를 통해서 악성 댓글을 단다거나 피해자의 신상 혹은 사건 정황, 개인 정보 등이 미디어를 통해 유포된다거나 하는 2차 피해가 가장 많았다. 기존 주류 언론이든, 1인 미디어든, 방송이든 피해자를 보호하고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2차 가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영화계 성폭력 및 성평등 지표의 실상은 어떤가?

"한국 영화계 성평등 수준은 아직 갈길이 멀지만 내가 영화계에 입문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최초 여성감독인 박남옥 감독이 1955년 '미망인'을 만들고 임순례 감독이 '세친구'를 만들기까지 수십년의 시간동안 단 5명의 여성감독이 있었다. 1955년 박남옥 감독 이후 2018년까지 장편영화 여성가목은 단 92명에 불과하다. 한국영화가 탄생 100년을 맞은 올해 여성감독의 수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90년대부터 영화계에 큰 변화가 오기도 했다. 여성 인력이 많아졌고 무엇보다 영화의 최종 의견 결정자인 감독과 제작자가 많아졌다. 상대적으로 여성감독이 영화계에 진출해 자기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숫자가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다고 생각한다. 대학 영화과의 남녀 성비가 5대5를 이루다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에서는 20프로, 상업 장편으로 넘어오면 더 적어진다. 연출의 지속성도 문제다. 결혼과 육아라는 경력 단절의 벽이 있고 여성감독의 영화는 예술영화 취향이다, 상업적 감각에서 남성감독만 못하다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탐정2'나 '돈', '말모이' 등 최근의 흥행 영화에서 여성감독들은 충분히 기량을 발휘하고 상업성을 입증했다. 제2의 임순례, 제3의 임순례가 계속 나와줘야 한다."

-든든의 조직구성과 센터장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든든은 영진위의 예산을 집행받아 1년 동안 1억6천만원의 예산과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2명의 전문위원과 1명의 행정직이 있으며 센터장은 무보수직이다. 예산은 피해자의 법률지원과 강사양성, 성평든 관련 콘텐츠 개발, 각종 포럼과 행사 등에 집행된다. 든든에 대한 후원금은 세금감면을 받을 수 있다. 든든의 초대 센터장을 맡게 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한국영화 성폭력 실태 좌담회에서 계기를 찾을 수 있다. 당시 성평등한 영화계 환경 만들기에 대한 사안으로 부산영화제에서 관련 기구를 만들자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후 든든이 생겼고 대중문화예술계에서 성평등 관련 센터가 처음으로 만들어지게 됐다. 그럼 센터장을 누가 맡을 것이냐라고 하자 다들 정중히 고사했다. 첫회니 활동을 오래한 임순례감독님을 추대하니 혼자는 힘들고 같이 하면 하겠다 해서 임기 2년 동안 함께 하게 됐다(웃음). 센터장으로서 피해사례를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지 항상 의견을 주고받으며 일하고 있다. 운영위원회가 매달 1번씩 열리는데 접수된 사건과 사례를 논의 하고 예방교육 상황을 공유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해외 영화제에 김기덕 감독 영화 상영에 대한 유감 성명을 발표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런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해당 영화제가 젠더 감수성이 없다는 방증이자 한국의 여성 영화인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판단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른 사안이 생길때도 우리의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유감 표명 후 해당 영화제에서의 회신이나 변화는 없었으나 차츰 변화를 이뤄가는 것이 최종 목표다."

-남은 하반기의 활동 계획은?

"현장 예방교육과 강사진 육성, 재교육 등이 예정돼 있고 영진위의 실태조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좀 더 효과적으로 리뉴얼하는 작품이 남아있다. 앞으로도 인식 개선과 교육, 예방에 지속적인 노력을 할 계획이다. 센터장을 맡아 1년여간 활동하며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해 나조차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고, 든든 이전에는 성폭력 개념이 약했다는 것도 느꼈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유의미한 시간들이었다."

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 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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