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쉽고 또 놀라운 '영원한 캡틴' 박지성(33, PSV 에인트호번)의 52분이었다.
박지성은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PSV 에인트호번의 친선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2013~2014 시즌 PSV에서 뛰었던 중앙 미드필더 위치에서 공수를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무릎 부상을 견디지 못하고 은퇴를 선택한 박지성에게는 짠한 무대였다. 서울 태생이지만 실질적인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수원에서 치르는 경기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수원 세류초-화성 안용중-수원공고를 거친 박지성은 '수원의 아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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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이라는 장소는 박지성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데 요람같은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김남일의 긴 패스를 받은 박지성은 프랑스의 수비벽을 무너뜨리고 통렬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리며 이름 석 자를 단버에 축구팬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이를 발판으로 대표팀의 주전으로 거듭난 박지성은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환상적인 골을 넣었고 월드컵 종료 후 PSV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로 진출했다. 의미를 부여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곳이 바로 수원월드컵경기장이다.
이날 박지성은 예상대로 선발로 나왔다. 45분 정도를 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후반에도 등장에 팬들로부터 더 큰 박수 세례를 받았다. 박지성이 볼을 잡으면 저절로 팬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박지성은 왜 은퇴를 결정했는지 모를 정도로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PSV가 입국 이틀 만에 경기를 해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박지성은 깔끔한 패스와 공간 활용으로 팀 전체의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전반 초반 가볍게 그라운드를 누비던 박지성은 15분이 지나면서 서서히 시동을 걸었다. 16분 자카리아 바카리에게 절묘한 오픈 패스로 공격을 이어주더니 19분에는 감각적인 패스로 바카리의 슈팅을 또 한 번 도왔다. 골키퍼 정면으로 가는 바람에 골이 되지는 않았지만 박지성의 센스가 돋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박지성의 패스 시야는 단연 돋보였다. 25분 알렉스 샬크의 슈팅은 오른쪽 포스트를 맞고 나갔는데 이 역시 박지성이 수비 사이로 절묘하게 밀어준 패스라 가능했다. 박지성은 1분 뒤 직접 왼발로 슈팅하는 등 열띤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후 박지성은 좀 더 수비에 치중하며 전체를 조율했다.
하프타임, 경기장에는 존 레논의 '이매진'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전광판에 그동안 박지성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 편집되어 나왔다. 특히 2010년 5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카리스마 있는 표정으로 일본 관중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자 저절로 우렁찬 박수가 터져나왔다. 박지성도 물끄러미 영상을 바라보며 잠시 추억에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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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구단은 박지성을 명예 선수로 인정하며 7번이 새겨진 파란색 유니폼을 선물했다. 이후 후반에도 그라운드에 등장한 박지성은 7분 더 뛰고 파샤드 누어와 교체되며 그라운드에서 물러났다.
박지성이 벤치로 물러나자 모든 관중은 기립박수로 존경을 표시했다. 수원 서포터들은 이례적으로 PSV 팬들이 만든 박지성 응원가인 "위숭빠레~(지성 박의 네덜란드 발음)"를 외치며 헌정했다. 1년만이라도 더 뛸 수 없느냐는 PSV와 국내 팬들의 바람을 뒤로하고 박지성은 손뼉을 치며 그만의 경기를 마쳤다.
물론 박지성을 볼 기회는 아직 남았다. 이틀 뒤인 2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리는 경남FC와 PSV의 친선경기에 한 번 더 나선다. 45분 이상 뛰기로 계약되어 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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