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잡은 김민우, 결국 실책에 울다

[한상숙기자] 수비 하나가 경기 결과를 바꿔놨다. 밀고 당기는 접전끝에 연장 승부를 벌이며 역전을 넘보던 넥센이 10회초 김민우의 수비 실책으로 고개를 떨궜다.

넥센은 1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시즌 4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5-7로 패했다. 초반 1-3으로 뒤졌던 넥센은 상대 선발 김광현이 흔들린 틈을 타 끈질기게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장전에서 나온 악송구 때문에 3연패를 떠안았다.

팀에 희비를 안긴 선수는 김민우였다. 그동안 하위타선에 배치됐다가 이날 1번타자로 경기에 나선 김민우는 4타수 2안타 2득점을 올리면서 활발한 공격력을 보였다. 1-2로 뒤지고 있던 2회초 시즌 첫 삼중살을 만들어내면서 전열을 가다듬은 넥센은 드디어 동점에 성공했다. 5회초 2루타성 타구를 장영석이 호수비로 잡아내면서 넥센의 기세는 더욱 거세졌다. 이후 5회말 공격에서는 이전까지 12타자를 연속 범타로 잡아내고 있던 김광현에게 오윤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뽑아냈다.

2사 2루서 타석에 들어선 김민우. 초구에 들어온 볼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두 번째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꽂히자 김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민우는 이윽고 날아온 김광현의 세 번째 체인지업을 노려쳐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그사이 2루에 있던 오윤이 홈을 밟아 추격점을 올렸다.

김민우가 도루까지 감행해 2루에 안착하자 김광현은 더욱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병식과 유한준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를 채운 뒤 강정호에게도 연속 볼넷을 허용, 밀어내기로 3-3을 이루는 동점 점수를 헌납했다. 결국 김광현은 4.2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김광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시작이 김민우의 안타였다. 김민우는 소문난 김광현의 천적이다. 지난 시즌 김광현을 상대로 6타수 4안타(1홈런) 3볼넷 1타점을 얻어냈다. 김광현과의 상대 타율은 6할6푼7리로, 7개 구단 선수 중 가장 높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없다.

넥센은 바뀐 투수 이승호(20번) 공략에도 성공했다. SK에 2점을 내줘 3-5로 뒤진 8회말 2점을 뽑아내면서 어렵게 다시 5-5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했고, 10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정상호의 타구를 3루수 김민우가 잘 잡았으나 1루에 던진 공이 높게 악송구가 되면서 뒤로 빠지고 말았다. 이 때 2명의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점수는 순식간에 5-7로 벌어졌다. 연장 10회말 넥센의 공격이 남아 있었지만 점수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넥센으로선 사소한 실책 하나로 허무하게 패한 셈이 됐다. 더구나 실책 장면에서 상대 타자가 발이 빠르지 않은 정상호인 점을 감안한다면, 침착하지 못한 김민우의 수비가 더욱 아쉬워진다.

톱타자 장기영이 2군으로 내려간 사이 1번 타자로 기용된 김민우의 활약은 팀을 위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톱타자 기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넥센이기에 김민우의 확실한 활약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