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자기 멋에 빠져 사는 안하무인 톱스타와 억척스럽지만 어딘가 귀여운 작가 지망생이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뮤지컬 '풀 하우스'는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는 만화와 드라마 '풀 하우스'에 핑크빛 사랑의 마법 한 스푼을 얹어 완성한 달콤한 '본격 연애 권장 뮤지컬'이다.
'풀 하우스'는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싱글즈', '카페인' 등 히트작의 각본, 가사, 연출을 맡은 바 있는 성재준 연출과 바비킴, 조관우 등 유명 가수들의 프로듀서는 물론, '쩐의 전쟁', '조강지처 클럽', '타짜' 등의 OST 작업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곡가 하광석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원작인 인기 만화 '풀 하우스'와 비-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드라마로 잘 알려진 내용인 만큼 스토리는 짧고 명쾌하다. 예기치 못하게 풀 하우스에서 함께 살게 된 톱스타 이영재와 작가 지망생 한지은이 사랑 없는 계약 약혼 후 결국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러브스토리는 특히 만화 같은 로맨스를 꿈꾸는 2030 여성 관객과 한 번쯤은 스타와의 연애라는 짜릿한 상상을 해봤을 10대 여성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만화책으로는 총 16권, 드라마로도 총 16회를 통해 그렸던 두 사람의 사랑 얘기를 단 140분 만에 보여주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영재와 한지은이 서로에게 빠지게 된 과정, 영화제작사 대표이자 이영재의 친한 형인 강민혁이 한지은을 좋아하게 된 이유, 이영재와 한지은이 위기를 극복하고 해피엔딩에 이르는 이야기가 비교적 단순하게 그려진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무대 위에 구현된 이영재-한지은의 러브스토리는 오히려 단순해서 더욱 사랑스럽다. 사랑에 서투른 두 사람이 솔직해질 때, 이를 알고 있는 것은 관객 뿐이다. 서로는 물론,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풀어내는 이영재-한지은의 노래는 '사랑이 둘을 구원하리라'는 뻔한 사랑 공식 속에서 오히려 설렘으로 다가온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익숙한 밑그림에 섬세한 덧칠로 매력을 더한 뮤지컬 '풀 하우스'의 영리한 선택이다.
알콩달콩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가는 '풀 하우스'의 세트는 극의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선이 극대화 될 수 있게 꾸며졌다. 크게 6개의 공간으로 나눠지는 '풀 하우스'의 2층 세트는 크지는 않지만 극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비스트 양요섭, 빅스 레오, 김산호, 에이핑크 정은지, 정민주(JOO), 곽선영, 베스티 유지 등 배우들의 호연은 '풀 하우스'를 더욱 빛나게 했다. 특히 양요섭의 캐스팅은 '풀 하우스'가 거둔 수확 중 하나다.
양요섭은 유쾌한 매력에 재기 넘치는 애드리브까지 탑재, 남성다운 매력이 넘쳤던 드라마 속 이영재와는 전혀 다른 지점의 이영재를 완성했다. 이영재의 친구이자 한지은의 사랑의 라이벌 정혜원 역을 맡은 베스티 유지는 늘씬한 몸매에서 절로 발산되는 매력과 발군의 가창력으로 새로운 뮤지컬 스타의 탄생을 예감케했다. 강민혁을 연기한 한경수의 안정된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의 뒤를 탄탄하게 받쳐준 앙상블 역시 뮤지컬 '풀 하우스'의 매력이다. 관객들의 큰 웃음을 자아낸 극 중 한지은이 쓴 시나리오 장면, 한지은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벌이는 위험한 내기 도박을 무대 위에서 선보인 카드 플레이 장면은 앙상블의 완벽한 연기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을 장면이었다.
대중가요 작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빛난 하광석 작곡가의 쉽고 트렌디한 뮤지컬 넘버는 '풀 하우스'가 자랑하는 강점이다. 대중가요를 듣는 듯 중독적인 멜로디는 적재적소에서 무대를 풍성하게 완성한다.
이영재-한지은의 약혼 기자회견 장면의 넘버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풀 하우스'의 킬링 트랙(Killing Track)'으로 꼽힐만 하다. 정혜원의 거짓말로 불치병 판정을 믿어버린 이영재의 '이 세상이', 이영재의 스캔들 보도를 앞두고 특종에 신난 김기자의 넘버 '스캔들 메이커', 한지은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깨닫게 된 이영재와 반대로 사랑을 잃게 된 정혜원의 넘버 '모두가 너의 계획 덕분' 등은 쉬우면서도 귀에 쏙쏙 꽂히는 멜로디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잘 알려진 콘텐츠를 무대에 옮긴 순수 창작 뮤지컬인 만큼 아직 미흡한 부분도 눈에 띈다. 그러나 공연이 계속될 수록 배우들과 앙상블의 호흡은 더욱 완벽해졌고, 극의 흐름 역시 눈에 띄게 좋아진 만큼 단점은 메우고 장점은 극대화해 다시 관객을 맞을 '풀 하우스'의 재연이 기대된다.
한편 '풀 하우스'는 오는 8일 공연을 끝으로 초연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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