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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실리축구' 전환 이유, '이상은 이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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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기자]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은 지난달 31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4라운드에서 리그 첫 승을 거뒀다. 올 시즌 유력한 강등 후보로 꼽히는 대전은 기존의 플랫4에 기반을 둔 공격적 전술에서 이날 인천전에서는 플랫3로 전환해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나서는 실리 축구를 구사해 2-1로 이겼다.

양 윙백들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고 원톱 등 공격진도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 상대가 공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김인완 감독이 지난해 부산 아이파크에서 코치로 안익수 감독(현 성남 감독)을 보좌하며 만든 '질식 축구'의 대전 버전이라 할 수 있었다.

대전은 1승이 절실하다 못해 간절했다. 팀 특성상 패배가 계속되면 분위기가 급격하게 가라앉는다. 더 이상의 추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첫 승리가 필요했다.

사실 김 감독이 겨우내 닦아온 수비 전술을 갈아엎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결단이 필요했다. 플랫4가 공격적이고 플랫3가 수비적이라는 통념을 깨야 했다. 여론도 의식해야 했다. 이기는 축구를 하기 위해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는 비판도 견뎌야 했다.

그런데 고민에 비해서는 의외로 돌아온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대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때문이었다. 대전은 약팀의 이미지가 강하다. 올해도 강등 후보 1순위다. 어떤 축구를 들고 나오더라도 이해해주는 팬들이 많았다.

실제 김 감독은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에 1-3, 0-3으로 패한 뒤 한 축구 관련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대전에 관한 글을 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한 누리꾼이 "대전이 어설프게 무슨 공격 축구를 한다는 것이냐. 팀 상황에 맞는 축구를 해라"며 조롱성 글을 적어 놓은 것이다.

기가 막힌 김 감독이었다. 그의 지도 철학은 적극적인 공격 축구다. 전남 드래곤즈 유스팀인 광양제철고 감독 시절에도 2-0으로 앞서도 한 골이라도 더 넣어 완벽하게 상대를 꺾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상대의 역습에 당해 2-2가 동점을 허용한 뒤 승부차기에서 패해 우승을 놓친 적도 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김 감독은 "대전은 여론을 신경 쓸 여유가 없는 팀이다. 우리 길대로 가야 한다. 그래야 살 길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팀들이 말은 안하지만 대전을 강등 후보로 꼽지 않느냐. 살아 남으려면 지지 말아야 한다"라며 냉정한 현실 인식에 의한 전술 변화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내려놓은 것도 대전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결과였다. 김 감독은 "이상을 따질 수 없더라. 수렁을 빠져 나와야 했다"라며 대전에 맞춤형 옷을 입힐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거듭 설명했다.

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5라운드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전은 앞선 인천전과 똑같은 전술을 들고 나왔다. 홈 경기라는 점에 착안해 수비라인을 약간 앞으로 올리기는 했지만 수비에 무게를 둔 전술은 여전했다. 경남이 4라운드에서 FC서울과 2-2로 비기는 등 객관적인 전력에서 대전보다 앞선 점을 염두에 둔 대응 방식이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서울전에서 두 골을 넣은 경남의 세르비아 출신 공격수 보산치치를 완벽하게 묶었다. 세트피스 상황을 제외하면 보산치치가 제대로 날린 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지속성이었다. 일관되게 버티며 승점을 쌓는 것이 대전에게는 중요했다. 김 감독도 "(인천전)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현 상황을 얼마나 지속하느냐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걱정대로 대전은 후반 36분까지 잘 버티다 부발로에게 골을 내주며 0-1로 뒤져 패배 위기에 몰렸다. 그나마 후반 43분 루시오의 동점골이 터져 홈 패배를 면하고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었다.

새로운 전술에 대해 얼마나 굳은 믿음을 가지고 가느냐가 대전에는 앞으로도 계속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대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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