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48.6%의 방어율, 즉 두 개의 슛 중 하나는 막았다는 뜻이다. 이 기막힌 방어율의 주인공이 '여자 핸드볼의 역사' 오영란(39, 인천시체육회)이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우생순 1세대' 오영란은 10일 오후 광명체육관에서 열린 '2011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삼척시청을 상대로 신들린 방어 솜씨를 보이며 팀의 25-22 승리를 이끌어 우승 주역이 됐다.
인천시체육회는 유독 코리아리그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9년에는 전신이었던 벽산건설 시절 삼척시청과 겨뤄 첫 판을 24-20, 4점차로 이기고도 2차전에서 23-29, 6점차로 패하며 득실에서 뒤져 우승을 내줬다.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오영란은 9일 1차전에서 29-29로 비겼던 것을 거울삼아 집중력을 살렸고, 완벽한 방어로 승리에 기여했다.
오영란은 "(임영철 감독으로부터) 풀타임을 요구받고 부담감이 상당했다"라며 "후반에 갑자기 추격을 당했는데 여자다 보니 밀리면 소심해진 게 있었다. 전반에 점수를 벌렸을 때는 완승으로 갈 줄 알았다"라며 후반 힘겨운 승부를 펼친 이유를 전했다.
팀 내 최선참이자 두 아이의 엄마, 인천도시개발공사 강일구 골키퍼의 부인 등 1인 3역을 해야 하는 오영란은 "맏언니다 보니 의연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라며 주어진 위치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챴다고 전했다.
관중이 많아 즐겁게 경기를 했다고 표현한 오영란은 "멋있게 보이려고 세리머니도 더 하게 되더라"라며 웃었다.
임영철 감독도 오영란 칭찬을 늘어놓았다. 임 감독은 "모두가 수훈선수지만 40%대의 방어율을 보인 오영란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수치는 나오기 힘든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맏언니의 역할을 잘한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힘든 것을 안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서 고맙다. 예전에는 스파르타식으로 선수들을 다뤘는데 이제는 그렇게 못한다. 오영란이 나 대신에 그런 역할을 하는데 천군만마와 같다"라고 강한 믿음을 보였다.
감독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오영란은 "팀과 선생님(임영철 감독)을 잘 만나 선수 생활을 길게 했다. 이렇게 내 이름을 알린 게 어디냐"라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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