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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원조'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의 위상 바로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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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는 '방관자적 자세'에서 탈피해 '책임지는 행동' 보여야

'시민구단의 원조'라는 수식어는 항상 대전 시티즌을 따라다녔다. 성적은 중하위권을 맴돌았지만 팬들의 축구 열정은 홈, 원정을 가리지 않았고 누구든 주주가 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과거 대전 구단 프런트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대전에는 타 도시처럼 스폰서가 될 만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없다. 그나마 있던 몇몇 기업은 재정 불안이나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려 휘청대는 등 매 시즌 스폰서 구하는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대전 팬들은 기업이 스폰서로 있는 다른 팀을 향해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 성적이 나지 않아도 최초의 시민구단이라는 자부심을 가슴에 담고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팀 창단 후 가장 좋은 성적은 '2001 FA컵'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김은중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물리치며 우승컵을 들어올린 일이다. 대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골키퍼 최은성이 "당시 부상으로 병원에서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은퇴 전 꼭 한 번 내 손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라고 할 정도로 항상 우승전력과는 거리가 먼 대전이었기에 그 감동은 진하게 남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너도나도 창단에 관여했다며 숟가락을 얹는 이들이 등장하면서 시민구단은 '갈 지자' 행보를 하기 시작했다. 구단 직원들은 한시도 편안하게 일할 날이 없다며 가슴을 졸였다.

지난 2007년 감독-코치 간 폭행사태로 사장까지 동반 퇴진하는 결과를 낳았던 쓰라린 기억은 외부의 헛소문이나 간섭이 얼마나 큰 오해를 불러와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지 알려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2년여가 지난 뒤 비슷한 상황이 또 다시 반복되는 듯하다. 대전 구단 이사회에서 김호 감독과 송규수 사장의 동반 퇴진을 결정해버린 것이다. 송 사장의 사표는 수리됐고 '자진 사퇴'를 권고받은 김 감독은 25일 거취 표명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다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였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프로스포츠 경영을 오랫동안 해왔던 송 사장은 지도자가 선수단 운영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김 감독은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구단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을 자주 내놓아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궁합이 더욱 맞지 않았던 데에는 김 감독을 보좌하던 특정 에이전트에 대한 송 사장의 불신이 자리했다.

사석에서 송 사장은 프로축구의 에이전트 제도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자주 터뜨렸다. 빠듯한 구단 살림에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선수의 몸값을 턱없이 책정해 불필요한 싸움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에이전트가 김 감독의 후광을 믿고 마치 구단 프런트인 것처럼 행동한다며 분노하기도 했다.

누구도 이들의 대립을 멈추지는 못했다. 대전 구단의 구단주인 박성효 대전시장은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다며 매번 문제가 불거지면 자르는 데만 급급했고 개선책으로 인적 쇄신, 클럽 하우스 신축, 전용 훈련장 마련이라는 팀 창단 후 해결되지 않는 과제를 다시 꺼내들기를 반복했다.

대전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말단 직원들이 '전원 사표'를 던졌다. 한 직원당 평균 5~6회의 사표를 썼고 자체 징계가 남발됐다. 시가 방관자적 자세를 보인 가운데 이들의 희생을 강요했고 구단주는 확인 후 결제만 할 뿐이었다.

시의 발 빼기가 계속되면 앞으로 대전 구단을 누가 책임지고 구성하든 문제는 끊임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07년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기적을 선보인 김호 감독에게 명예 시민증을 수여하고 특강을 열어 노(老) 감독의 리더십을 높이 사던 적극적인 자세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구단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깊이 생각해볼 때다. 지금부터라도 다른 시, 도민구단들을 연구해 새롭게 태어나는 시민구단이 되어야 한다. 애초부터 대전의 정신과 맞지 않은 감독과 사장을 선임해 잘못된 시간이 흘렀다고 자조해본들 무엇 하겠는가.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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