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대사 버거워 질릴 때도…'내가 죽던 날' 후 여유 생겼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이정은이 많은 대사로 인해 버거웠던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정은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관련 인터뷰에서 무언의 연기를 한 것에 대해 "대본에 대사가 그냥 없다. '보고 있다'는 식으로 행동 지문만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은은 "무언의 연기를 하니 잘 듣게 된다. 누군가가 '어른이 된다는 것이 뭐냐'고 묻더라. 저도 아직 어른이 아니라 모르겠긴 한데 '남의 이야기를 여유있게 들어줄 수 있는 것이 품위 있는 것'이라는 좋은 말을 누군가가 해줬다"라며 "말이 앞서지 않으니까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라고 달라진 바를 전했다.

또 "주로 사투리를 쓰거나 언어적 유희를 발휘하는 대사들을 했다. 그래서 대사가 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 이 작품이 들어왔다. 그래서 잘 됐다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라며 "말을 조심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어지고 대신 주변을 잘 보게 된다. 다른 감각들이 열리는 것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정은은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시상식을 갈 때 옷이 나를 누른다는 느낌 때문에 벗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한참 대사를 외우다 보면 언어가 나를 누른다는 생각을 했었다"라며 "의사나 감정을 전달하는 최고의 수단이지만 버거워서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배우로서 다른 표현이 없나 할 때 이 작품이 환기를 시켜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를 하다가보면 말이 없어도 이해가 될 때가 있는데 그러길 바라는 감정이다. '언어의 마술사'라며 대사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을 때였지만, 저 스스로에게는 질리는 느낌이었다. '대사가 없으면 연기는 존재하지 않나' 하던 때에 타이밍처럼 온 작품"이라며 '내가 죽던 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영화다.

이정은은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무언의 목격자 순천댁 역을 맡아 김혜수, 노정의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목소리 없이 작은 몸짓과 표정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하며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 저력을 과시했다.

'내가 죽던 날'은 단편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오는 12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