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봄여름가을겨울이 '잠시' 뭉쳤다. 과거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종진, 빛과 소금 박성식 장기호가 모여 고 전태관을 기리는 앨범을 발표했다.
27일 서울 마포구 더 노라 스테이지 와이에서 봄여름가을겨울 '봄여름가을겨울 Re:union with 빛과 소금'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김종진은 "장년층들이 듣는 음악을 이번 앨범을 통해 발표하게 됐다. 이 자리를 찾아줘서 감사하다"며 "지난 1년 전부터 앨범을 준비해왔다. 1년 전 위대한 드러머 전태관이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로 전태관을 기리는 뭔가를 남길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 음악으로 기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은 1986년 고(故) 김현식 밴드 봄여름가을겨울로 음악 인생을 시작해 지난 33년간 음악 활동을 해온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 세 사람이 다시 의기투합해 완성한 앨범이다.
김종진은 "김현식 유재하 전태관 박성식 장기호 김종진 여섯으로 시작해 1988년에 봄여름가을겨울이 따로 앨범을 발표했고, 1990년에 빛과소금이 1집을 발표했다. 각자 활동을 하면서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적은 없었다. 33년만에 스튜디오에서 만났을 때 기분은 뭐라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성식은 "신혼여행을 갔을 때의 설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고 장기호는 "어릴 적엔 아웅다웅했다면, 이젠 서로 위하고 위로하고 이해하는 차원으로 관계가 바뀌었다. 정말 행복했다"고 밝혔다.
'리유니온'에는 김종진이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동창회', 장기호의 '난 언제나 널', 박성식의 '행복해야 해요' 등 세 사람이 각각 쓴 신곡이 수록됐다. 뿐만 아니라 봄여름가을겨울의 '보고 싶은 친구', 빛과 소금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녹음한 리메이크 트랙도 담았다.
김종진은 "빛과 소금 멤버들이 녹음 전 우는 소리를 했지만 다 '뻥'이었다. 정말 신을 넘어선 신선 급이었다. 장기호의 보컬을 정말 좋아하는 팬이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보컬의 신선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장기호는 "'나가수' 자문위원장을 하면서 국내 최고의 가수들을 보면서 '나는 노래 하면 안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노래를 못해도 듣는 이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종진은 "이번 앨범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이름으로 나왔다. 대중이 아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아닌 예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빛과 소금이 동창회를 하듯 모인만큼 각 곡 제목에다 '피처링 빛과 소금' 대신 '위드 빛과 소금'이라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종진은 "우리의 음악 장점은 뭘까 되물었을 때, 우리만이 가진 장점이 있었다. 우리가 살고 먹어왔던 그 시대의 것이 담겨 있다. 1960, 70년대 음악의 황금기 때 음악의 낭만이 담겨있어서 자신 있게 선보이게 됐다"고 자신했다.
'보고 싶은 친구', '오래된 친구'를 리메이크 한 데 상징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전태관에 대한 생각도 있었고, 하늘에 있는 김현식 유재하에게도 '우리 아직 음악한다'는 내용을 전하고 싶었다. 행복도 뺏고 친구도 뺏는 시대다. 요즘은 친구가 정말 그립고 절실하다. 그래서 우리도 모르게 그 곡에 가장 먼저 손이 갔던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27일 세상을 떠난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고 전태관의 기일에 맞춰 앨범이 발표돼 더욱 큰 의미를 더한다. 고 전태관은 지난해 12월 27일 신장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장기호는 "봄여름가을겨울을 함께 하던 유재하 김현식 전태관이 하늘나라에 갔다. 남은 사람들 다 하늘나라 가기 전에 이 앨범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빛과 소금의 팬들, 봄여름가을겨울의 팬들에게도 퀄리티를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번 앨범을 제작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김종진은 "고 전태관을 만나기 위해 오늘 용인 평온의 숲에 다녀오는 길에 각 음원 사이트에 음원이 나왔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면서 왔다"고 말했고 박성식은 "전태관이 이 앨범이 참여하지 못한 게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우리가 객원 드러머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작업하는 내내 마음 한 켠에서 서운하고 보고싶고 그리운 느낌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은 무조건 '행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엄청난 기술보다는 즐거운 연주가 우선됐다. 장기호는 "예전엔 기술적인 부분에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압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지만 이번엔 다 내려놨다. 우리 즐겁고 행복하게 연주하자고 생각했다. 만남과 이별 중 언젠가부터 이별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별에 대한 가사를 많이 쓰게 됐다. 우리 음반을 듣고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이 만나고 재회하는 모멘텀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우리 대표곡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삶에 대한 노래였다면 신곡 '동창회'는 죽음에 대한 노래다. 노랫말 마지막에 '약속해 약속해 우리 다시 또 만나기를. 한 명도 빠지지 않기 약속해'가 있다. 만남보다는 헤어짐의 경험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다보니 헤어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돼 이같은 노래를 썼다"고 설명했다.
박성식은 "대한민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가사 작업을 했다. '비처럼 음악처럼' 행복해 달라"고 말했다. 김종진은 "시대가 우리에게 행복을 뺏어가는 시기다. 행복하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은 그들이 하는 '슈퍼 레트로', '아날로그 음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박성식은 "지금 20대, 30대 뮤지션들이나 학생들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감성의 연주를 할 수 있는게 우리의 장점이다. 요즘 음악은 수학적으로 이론이나 코드 진행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강하지만, 우리는 그걸 떠나서 매주 엄청난 히트곡이 발표되던 '팝의 르네상스' 시기에 살았었기 때문에 생명력을 오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 세 사람이 완성한 '리유니온' 앨범은 몸에 배어나오는 여유와 품위를 잃지 않는 음악적 견고함, 따뜻한 위로의 마음까지 '우리 시대 어른들이 만든 음악'을 선보인다. 이는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이 걸어온 지난 33년의 시간을 함께 걸어왔던 리스너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이자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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