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많은 이들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살아남았다. 되려 혼란한 정국 속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가 쟁쟁한 경쟁작들과 맞붙어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전지현, 이민호 주연의 SBS '푸른바다의 전설', 이성경, 남주혁 등 대세스타들이 총출동한 MBC '역도요정 김복주'와 맞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오 마이 금비'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29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타워8 진진바라에서 열린 '오 마이 금비'(극본 전호성, 연출 김영조, 제작 오마이금비문전사, 로고스필름) 기자간담회에서 그 진짜 비결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지호가 자신있게 '필살기'라고 꼽은 배우 허정은이었다.
한국나이 10살의 허정은은 드라마의 타이틀롤이자 여주인공. 이날 행사에서는 허정은의 연기를 칭찬하는 제작진과 동료배우의 증언이 이어졌다. 영리하고 귀여운 허정은의 한마디 한마디에 현장엔 환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KBS 드라마센터장 정성효는 "밖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의식하지 않는다. 좋은 작품, 착한 작품을 만드는 데 매진하고 있다"며 "아역배우가 타이틀롤을 맡은 경우는 미니시리즈 역사상 처음일 거다. 허정은은 오지호만큼이나 연기를 잘 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 마이 금비'는 아동 치매에 걸린 10살 딸 금비(허정은 분)와 얼치기 사기꾼 아빠(오지호 분)의 부녀애를 그린 아름다운 힐링 드라마.
특히 여주인공 허정은은 촬영이 없는 날엔 꼬박꼬박 등교하는 '모범생' 초등학생 3학년이다. 이날도 학교를 다녀오는 허정은을 배려해 행사시간이 조금 늦춰졌지만, 그 누구 하나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허정은은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놀 수 있고 선생님도 뭘 사준다"며 "친구들이 TV 나오는 걸 알고 (오)지호 아저씨 사인을 받아달라고 한다"고 털어놨다.
드라마에서 허정은은 세상을 다 살아본 것 같은 인물이다. 어른의 보살핌 없이 스스로 커 시시비비를 잘 따지고 고집이 세다. 하지만 순수함으로 무장한 금비는 때로 세상 때묻은 어른들에게 일침을 날린다. 어린아이의 입에서 쏟아지는 훈계는 요즘같은 시기,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허정은 본인은 "(대사를) 이해하긴 하지만 감정이 뭔지는 잘 몰라서 어렵다"고 토로했지만, 오지호는 "진짜 다 알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극중 금비가 훈계하는 대사에선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시청자들도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은은 감정이 풍부해서 가끔은 성인연기자 같아요. 실제 딸아이를 두고 있고, 허정은과 함께 연기하다보니 책임감도 커졌어요. 앞으로는 아빠의 감정으로 금비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그려질 거에요."
'오 마이 금비'는 지난 16일 첫 방송돼 현재까지 4회분이 전파를 탔다. 현재는 '푸른바다의 전설'에 이어 동시간대 시청률 2위를 기록 중이다.
연출을 맡은 김영조 PD는 "작품에 관심이 높아서 감사하다. SBS에서 '푸른바다의 전설' 하는 줄 몰랐다. 물론 안다고 했어도 '오 마이 금비'를 연출했을 거다"라며 "요즘 미니시리즈 중에는 겉멋을 추구하는 작품이 꽤 된다. 나 역시 5분을 채 못보고 끌 때가 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어른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작은 변화'가 생기고, 아이를 좀 더 사랑하게 된다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아직 꼬마고 춥고 피곤할텐데 잘 해줘서 고마워요. 현장에선 분량이 몰리지 않도록 최대한 매일 밤 11시 전에 끝나도록 스케줄을 조정하고, 중간에 낮잠 시간도 만들었어요. 스케줄 없을 땐 학교도 가죠. 특히 흡연자 스태프들에게 허정은 접근 금지령도 만들었죠(웃음)."
한편 '오 마이 금비'는 30일 밤 10시 5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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