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승 후보 일순위로 꼽혔다. 기존 전력 누수가 거의 없는데다 지난 5월 13일 열린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예상을 뒤엎고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었다. 대한항공은 드래프트 1순위로 꼽힌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를 주저없이 뽑았다.
하지만 2016-17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 9월 청주에서 열린 2016 청주·KOVO(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대회에서 대한항공은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했다. 가스파리니가 뛰었지만 기대하던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대한항공은 예상대로 순항하고 있다. 7승 1패(승점20)로 순위표 맨 위에 자리했다. 팀 상승세의 원동력 중 하나는 베테랑 김학민의 활약이다.
김학민은 올 시즌 공격뿐 아니라 서브 리시브에서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전까지 8경기(30세트)에 출전, 124점으로 가스파리니(179점)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좌우쌍포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김학민은 리시브에도 부지런히 가담했다. 곽승석(186회)에 이어 이 부문도 팀내 2위인 168회를 기록했다. 리베로인 백광현(118회)과 김동혁(21회)보다 앞선다. 김학민은 박기원 감독이 팀을 맡은 뒤 적용하고 있는 3인 리시브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기 때문에 리시브 횟수가 늘어났다.
그는 "잘될 때도 아닐 때도 있는데 저도 잘 버텨줘야 팀 동료들이 코트에서 좀 더 편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이 리시브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오버핸드 캐치다.
김학민은 "이제 조금씩 (오버핸드 캐치가) 익숙해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매번 오버핸드 캐치를 시도할 순 없는 노릇이다. 상대가 강한 서브를 시도할 경우에 더 그렇다. 그는 "그런 상황을 맞으면 조금 높게 리시브를 하려고 한다"며 "세터가 최대한 편하게 토스를 하기 위해 돕는 것"이라고 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대한항공이 연승을 달리는 원인에 대해서는 "매 경기 매 세트를 쉽게 따낸 적이 별로 없었긴 하지만 예전에는 접전 상황에서 우리팀이 먼저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 시즌은 아무래도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다보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해서 연승을 이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학민이 꼽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욕심 버리기'다. 그는 "서브 범실이 많이 줄었다. 그 전까지는 무조건 강하게만 넣으려고 해 서브할 때 풀스윙을 많이 했었다면 지금은 아니다"라고 했다. 블로킹, 어택 커버, 커버 플레이 등 수비적인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도 연승을 달릴 수 있는 힘이 됐다. 그는 "나도 그렇지만 동료들이 개인적인 욕심을 많이 버린 것 같다"고 웃었다.
김학민은 자신이 주전 멤버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도 비슷하게 생각한다"며 "주전은 정해지지 않았다. 코트 안에서 뛰는 선수들 중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그럴 때 서로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16일 KB손해보험전이 그랬다. 주전 세터 한선수가 흔들리자 황승빈이 이를 잘 커버했다. 대한항공은 KB손해보험의 추격을 따돌리고 3-1로 이겼다. 김학민은 "선수들이 서로 믿기 때문에 그렇다"고 다시 한 번 웃었다.
그도 어느덧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다. 김철홍, 김형우, 신영수 등을 제외하면 팀내에서 선참급 선수가 됐다. 김학민은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20일 수원체육관에서 한국전력을 만난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3-0 완승을 거뒀으나 이번 맞대결은 껄끄럽다.
대한항공이 4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한국전력도 최근 3연승으로 상승세다. 한국전력 사령탑이 대한항공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신영철 감독이라서 더 그렇다. 신 감독은 한국전력 지휘봉을 잡기 전 세터 인스트럭터와 감독대행, 감독으로 대한항공에서 4시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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