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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년]JTBC 여운혁 국장 "비교보다 중요한 건 생존"(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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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프로그램 통해 더 많이 배운다"

[권혜림기자] 스타 PD로 방송가를 누비던 여운혁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JTBC 제작 2국의 수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출 현업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지만, 전과 비교해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게 된 것은 분명하다. 평PD 시절과 달리, 이제 그의 어깨엔 후배 연출자들에게 동력을 부여하고 방송사 예능 부문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하는 중책이 걸려있다.

조이뉴스24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오는 12월 개국 5주년을 맞는 JTBC의 여운혁 국장을 직접 만났다. 국장으로서, 또 여전히 현장이 즐거운 PD로서 여운혁의 지금을 함께 짚어봤다. 20여년의 세월을 예능 연출자로 살아온 그의 철학은 명료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우리의 살 길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사실 경영진이나 후배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 혹은 내가 속해 있는 회사를 누군가와 비교해본 적이 없어요. 물론 이건 저의 자랑이자 단점이기도 하죠. 내가, 혹은 우리 회사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라, '1등이냐, 2등이냐'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예요. 앞으로 5년 뒤 우리와 타 방송사가 어떻게 경쟁할지를 고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방송환경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 환경 속에선 1등을 하느냐, 2등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아요.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죠."

여운혁 국장은 "강물에 휩쓸려 내려가는 중에 바다에서 어떻게 살지 미리 고민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라며 "미리 고민하기보다 흘러가는 강물 위에 잘 떠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날을 깊이 고민하는 대신 지금의 흐름을 잘 타는 일이 오히려 미래의 변화에 발맞추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트렌드의 변화가 재빠른 예능계에서, 여 국장은 타 방송사의 콘텐츠를 빠짐없이 모니터링하기보다 '우리의 것'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집중하는 연출자다. 이런 원칙에 더해, 여운혁 국장은 농담을 섞어 더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잘 되는 것을 보면 배가 아프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따라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새 프로그램을 한두 번은 모니터하지만 모든 회차를 꼼꼼히 보는 편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흥한 프로그램들보단 실패한 프로그램들로부터 더 배울 것이 많다"는 이야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예전 지상파 3사의 구도가 명확했을 때는, 오히려 tvN을 챙겨봤어요. 소위 말해 '망한' 프로그램도요. 프로그램이 잘 안 됐다고 해서 그 제작진들이 바보는 아니거든요. 분명 잘 될 것 같아서 뭔가 하려고 했는데 삐끗해서, 혹은 시대를 잘못 만나서, 아니면 캐스팅이 잘못된 경우들이 많아요. 잘 안 된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이야기죠. 반면 잘 된 프로그램엔 이유가 명확해요. 합이 완벽히 짜여있죠. 그런 것들을 보면서는 이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크게 떠오르는 게 없는 거예요."

그는 tvN의 대표 히트 프로그램 '삼시세끼'를 언급하며 "아주 잘 만든 완성형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없는 프로그램의 예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들의 경우엔 개선의 여지가 있지 않겠나"라며 "그런 지점들을 생각해보기 위해 일부 프로그램들을 모니터할 때가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신입 PD들이라면 모니터링을 꼭 해야 하겠죠. 저는 20년 이 일을 했더니 오히려 망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제작진의 고뇌가 느껴져요. '저걸 만들며 얼마나 괴로웠을까' 싶은거죠.(웃음) 제 경험을 떠올리며 위안을 받기도 하고, '이렇게 바꾸면 좋을텐데' 생각하기도 하면서요. 잘 안 된 프로그램을 보며 비웃는 성격은 못 돼요. 아마 많은 PD들이 저 같을 거예요."

제작 2국을 책임지는 국장으로 부임한 뒤 PD 여운혁, 그리고 국장 여운혁 사이의 정체성은 종종 충돌한다. "PD로서 나는 이기적이지만 국장으로서는 내 뜻대로만은 할 수 없더라"는 것이 여 국장의 이야기다.

"PD로서는 내 프로그램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국장으로선 전체 프로그램, 후배들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나의 또 다른 역할이 있어요. 그 둘이 부딪힐 때가 있죠.(웃음) PD로 돌아오면 내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얻어가면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해요. 내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밖에서 볼 때 이기적일 수 있는 생각들을 하게 되기도 하고요. 다른 PD들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해요."

한편 지난 2011년 12월1일 개국한 JTBC는 오는 12월1일 개국 5주년을 맞이한다. 1993년 MBC에 입사해 '무한도전' '무릎팍도사' 등 히트 프로그램들을 일궜던 여운혁 국장은 2011년 JTBC의 개국 멤버로 합류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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