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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교체' 해프닝 전북, 재확인된 임차인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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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결승 진출 가시화된 뒤 훼손된 잔디 보식, 답답한 K리그 현실

[이성필기자] "전북 현대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라가지 않았다면 그대로였겠죠."

한국프로축구연맹 한 관계자는 지난 9월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상하이 상강(중국)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 감독관은 AFC에 보고서를 올리면서 그라운드 잔디 상황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혹시라도 전북이 4강, 결승전에라도 올라간다면 경기를 치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AFC는 수시로 전북 구단에 잔디 상태에 대한 보고를 요구했다. 전북은 프로연맹과 합동 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경기장 관리 주체인 전주시설관리공단과도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심하게 망가진 잔디는 9월 28일 FC서울과의 4강 1차전 때도 그대로였다. 나아지기는커녕 여전히 엉망 수준이었다. 곳곳이 패여 있었고 긴급 보식과 평탄화 작업까지 했다고는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당시 AFC는 인근 대전월드컵경기장 또는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4강 1차전을 치르자고 제안했다. 대전의 경우 잔디 상태가 훨씬 좋고 관리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대전은 그라운드 교체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직접 가 보니 상당히 좋았다"라고 전했다.

과거 챔피언스리그 원정팀들은 전주의 열악한 숙소 문제로 경기장이 위치한 전주 대신 군산, 대전 등에 숙고를 정하고 오갔다. 전주에서 평가전을 치렀던 한국 대표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현실까지 생각하면 대전은 나쁘지 않은 대안이었다. 그러나 챌린지(2부리그) 대전 시티즌의 경기 일정과 홈 경기를 홈 구장에서 온전하게 치르고 싶은 전북의 설득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과 처지에 전북 구단은 한숨을 쉬었다. 구단이 그라운드를 보수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장 활용에 있어 전북은 세입자 신세다. 시설관리공단의 상급 기관인 전주시에서 움직여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그저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것이 없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전주시는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치르는 중심 도시 중 한 곳이다. 개막식과 개막전, 4강전 등 중요한 경기를 치른다. 그라운드 전체를 교체하는 공사도 U-20 월드컵이라는 외부 효과 때문에 내년 2월에 예정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전북의 사정을 알고도 교체 자체를 검토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북이 서울과의 4강 1차전 4-1 승리로 결승에 올라갈 가능성이 커지고 AFC의 경고성 메시지가 전해지면서 사안이 긴급해졌고 지난 11일 긴급 발주를 통해 잔디 보식을 결정했다. 1차전 직후 전북 최강희, 서울 황선홍 두 감독 모두 잔디 상태에 대해 걱정을 할 정도로 최악의 상태였다. 전북의 결승 진출이 확정된 20일, AFC에서 대한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그라운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결승전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뒤늦은 전주시의 보식 결정을 공문으로 한 번 더 압박한 것이다.

이를 두고 프로연맹 관계자는 "구단에서도 시와의 관계가 있어서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가 되어야 움직였을 것이다. 행여 전북이 결승전에 올라가지 못했다면 그대로 정규리그를 치르게 했을 것이다. 구단이 계속 시설관리공단에 보식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전북은 과거 챔피언스리그 원정마다 시설관리공단 직원을 원정팀 경기장 단기 시찰 목적으로 자비를 들여 동행시키는 등 정성을 들였지만 결과적으로 전주시가 구단에 결과물로 돌려주는 것은 없었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해가 갈수록 규모의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결승전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 남미에도 생중계된다. 수십억 명의 시청자들을 상대로 무형의 홍보 기회를 얻은 '전북' 구단과 '전주'라는 연고 도시가 불량한 그라운드 상태 하나로 망신을 당할 뻔했다.

이번 전주월드컵경기장 문제는 K리그 구단들의 경기장 장기 임대에 대한 고민까지 다시 한 번 화두로 던져줬다. 스포츠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지난달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고 높다. 전북의 그라운드 교체 촌극이 알려준 K리그의 답답한 현실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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