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는 지난 16일 안방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2016-17시즌 NH농협 V리그 첫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삼성화재의 패배 원인은 여러가지를 들 수 있으나 약점으로 꼽히던 높이 대결에서 상대에게 밀린 탓이 크다. 대한항공은 센터 자리를 김형우, 진상헌, 최석기에게 맡겼다. 세 선수는 코트에 나와 12점 6블로킹을 합작했다.
삼성화재는 김규민, 최귀엽, 손태훈이 센터로 나섰다. 셋은 합작 7점을 올리는데 그쳤고 블로킹은 2개에 머물렀다. 삼성화재는 팀 블로킹 숫자에서 11-15로 밀렸는데 센터 대결에서 힘을 못썼다.
고희진이 빠진 자리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선수 은퇴를 하고 삼성화재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고희진은 경기 전 은퇴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고희진의 가족과 신치용 배구단 단장 겸 제일기획 스포츠단 부사장도 함께 참석해 '코치' 고희진의 새출발을 격려했다,
고희진은 삼성화재에서 센터 전담 코치를 맡게 된다. 김규민, 손태훈 등 기존 센터들 외에 지난달 열린 '2016 청주·KOVO(한국배구연맹)컵 프로배구대회'부터 자리를 센터로 옮긴 최귀엽에게 공을 들여야 한다. 자신이 그동안 지켰던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는게 고 코치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다.
그는 최귀엽에 대해 "배구 센스를 갖고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센터로 뛰는게 아직은 낯설고 몸에 맞지않는 옷을 입은 것 같지만 적응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고 본 것이다.
고 코치는 "센터라는 자리가 당연히 신장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귀엽이처럼 단신이라도 센터로 뛸 수 있다"고 했다. 최귀엽의 키는 190cm다. 팀 동료로 센터를 맡고 있는 김규민(197cm), 손태훈(196cm)과 비교해도 신장 차는 난다.
고 코치는 "블로킹과 속공이 키가 크다고 해서 더 잘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단신 센터가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경기를 치르다보면 그런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라며 "귀엽이는 갖고 있는 센스 외에 위치 선정과 상대 블로킹을 잘 볼 줄 아는 시야를 가졌다"고 했다.
단신 센터로 자리를 잡은 대표적인 케이스는 김정훈(OK저축은행)이다. 김정훈은 레프트로 오래 뛰었지만 센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김정훈이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뛰던 당시 사령탑을 맡고 있던 신치용 단장이 직접 권유를 해 센터로 자리 이동을 결정했다. 당시 신 감독은 김정훈에 대해 "팔이 다른 선수들보다 좀 더 길고 점프력도 좋았다"며 "센터 전력에서 빠진 부분을 메워야했고 (김)정훈이만한 카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 코치도 당시 선수로 함께 뛰며 김정훈의 포지션 변경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이런 이유로 고 코치는 최귀엽의 센터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통할 수 있고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최귀엽에게는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센터로 자리잡는데 도움이 된다.
최귀엽은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1, 2세트만 뛰었다. 3, 4세트는 손태훈이 그를 대신했다. 아직까지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최귀엽이 적응을 해야만 임 감독이 구상하는 팀 전력이 한층 더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다.
개막전 패배를 당한 삼성화재는 오는 21일 홈코트에서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1라운드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현대캐피탈은 V리그 남자부 정상급 센터 전력을 갖춘 팀이다. 신영석, 최민호 등 대표팀 주전 센터 외에 진성태, 우상조 등이 뒤를 받치고 있다. 센터진 높이와 기량에서 삼성화재를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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