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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이이경 "날 보고 쓴 영화, 열의 넘쳤죠"(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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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겸 감독 첫 장편 '아기와 나'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이 기사에는 영화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권혜림기자] 영화 '아기와 나'(감독 손태겸)는 아이를 낳고 사라진 여자친구 순영(정연주 분)를 찾아 여정을 떠나는 남자 도일(이이경 분)의 이야기다. 도일이 군에 있는 동안 아이 예준을 낳은 순영은 도일의 어머니와 함께 살며 아이를 돌본다. 두 사람은 도일의 전역 후 결혼을 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상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도일을 찾아온다. 아이가 아파 병원에 데려간 도일은 아이의 혈액형을 확인하곤 예준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도일은 혼란스럽지만, 이 사실을 차마 순영에게 확인하지 못한다. 순영은 미심쩍은 공기가 두 사람의 사이를 가로지르던 그 날 밤을 마지막으로 조용히 사라진다. 도일은 순영을 살뜰히 아끼던 아픈 엄마,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아니었던 예준과 함께 남겨진다.

영화는 올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단편 '야간비행'과 '여름방학' 등을 통해 호평을 얻었던 손태겸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철없게만 보이던 주인공의 갈등과 성장을 매끄럽게 그려낸 수작이다.

크지 않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다 장르적 특색보단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영화지만 주연 배우 이이경과 정연주의 열연은 여느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감흥을 안긴다. 특히 순영이 떠난 뒤 아기와 함께 남겨진 도일 역을 연기한 이이경은 많은 장면을 홀로 이끌면서도 충실한 에너지로 영화를 채워냈다.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이이경은 조이뉴스24와 만나 '아기와 나'의 작업기를 풀어놨다. 이이경은 이송희일 감독의 영화 '백야'(2012)를 통해 일찍이 독립영화계에 재능을 알린 연기자다. 이후엔 KBS 2TV '학교 2013', SBS '별에서 온 그대', KBS 2TV '태양의 후예' 등 인기 드라마와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쌓았지만, 영화 작업에 대한 애정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작은 영화라는 생각은 사실 하지 않았어요. 저를 보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감독님의 감동적인 프러포즈가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라면 아마 어떤 배우라도 그 시나리오를 받았을 거예요. 현실적으로 어려운 작은 영화였지만,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어요. 저를 두고 도일을 썼다고까지 하셨으니 누구보다 열의가 타올랐죠."

영화 속 도일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가 생긴 당혹스러운 상황에서도 여전히 소년처럼 철이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사라진 순영을 찾으러 매일을 배회하는 과정에서 그를 향한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성장해가는 주인공이다. 도일은 사랑을 나누면서도 알지 못했던 순영의 아픔을 점차 헤아리면서 그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이경은 극 중 도일과 배우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말에 "감독이 그런 느낌을 잘 담아준 것 같다"며 "그 덕분에 인물에 접근하기 쉬웠다"고 답했다. 이어 "다큐멘터리같기도, 로드무비같기도 한 드라마인데, 스릴러나 액션, 호러도 아닌 장르라서 나로서 출발하는 생활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도일이 처한 상황, 알고 보니 자신의 핏줄이 아닌 아이를 맡아 기르게 된 상황에 대해 이이경은 "나라도 당연히 그 아이를 키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극 중 도일처럼) 어딘가 아이를 맡기고 후회하는 것보다, 언젠가 또 다른 후회를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데리고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있던 시간, 내가 (내 아이라고) 믿고 있던 시간이 있었다면 그 시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올해 영화제에서 '아기와 나'를 본 관객들이라면, 상영관에 흐르던 묘한 공기를 기억할 것이다. 관객은 때로 도일의 철 없는 행동에 혀를 차고, 순영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엔 안쓰러움을 느낀다. 또 이 젊은 남녀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이 진심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도일의 어머니(박순천 분)를 보면서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얻었을 법하다.

특히 병상의 어머니가 도일에게 허망히 세상을 떠난 친구 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담담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어머니는 "너 이렇게라도 살라고 하는게, 그렇게 가는 것보다 엄만 낫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어"라는 말로 도일의 눈물을 빼고 만다. 이이경에게 이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는 "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 장면 중 하나였다"고 돌이켰다.

"그 대사만 들으면 울었어요. 그 신의 첫 테이크에서 너무 오열을 했던 기억이 나요. 연기를 해야 하니 타이밍에 맞춰 울어야 하는데, 너무 많이 운 거예요. '그만하면 잘 살고 있는 거야'라는 말이, 너무 다가왔어요. 오늘 영화를 보면서도 많이 울었고요."

도일은 느닷없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순영의 앞에서 복잡한 감정이 섞인 표정을 한다. 화를 내거나 저주를 퍼붓는 것도, 함께 잘 살아보자고 격려하는 것도 아닌 얼굴이다. 아이를 안고 있던 도일은 "나 이제 너 안 잡아. 네 마음대로 해"라며 굳은 얼굴로 순영을 바라본다.

이이경은 "욕을 하거나 추궁을 하고 질문에 답을 얻으려 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을 때일 것"이라며 "가만히 오랫동안 그 사람의 눈으로만,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감정이 이해가 됐다"고 답했다. 이어 "'이리 와, 안아줄게'라는 마음은 있지만 하루종일 순영을 찾아다녔던 시간들이 떠올라 용납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물의 감정을 추측했다.

"순영을 보며 안쓰러웠어요. 사실 '이럴거면 뭣하러 도망을 가'라는 대사가 웃기기도 하죠. 아무 것도 묻지 않았는데, 왜 나가서…. 순영은 '무서워서'라고 답하지만, 내가 그 정도로 이 아이에게 무책임하고 무서운 존재였는지, 그만큼 나를 못 믿었는지에 대한 생각도 할 것 같아요. 다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같아요."

(2편에서 계속)

조이뉴스24 부산=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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