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손예진이 부산 관객들과 함께 지난 1년 간의 활약을 돌아봤다. 마니아 관객들의 깊은 사랑을 받았던 '비밀은 없다'와 흥행작 '덕혜옹주' 두 편을 선보이며 올해 충무로를 바쁘게 누볐던 손예진은 연기에 대한 애정은 물론 동료 배우들을 향한 존경과 고마움의 마음까지 드러내며 한 시간을 꽉 채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주최하는 배우 손예진의 오픈토크 행사가 진행됐다.
올해 영화 '비밀은 없다'와 '덕혜옹주'를 선보이며 스크린을 누볐던 손예진은 이날 관객들의 다양한 질문을 받으며 영화제의 열기를 드높였다. 가랑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에도 많은 관객들이 손예진을 보기 위해 무대 앞을 채웠다.
손예진은 "부산에서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뵙게 돼 너무 흥분된다"며 "이렇게 와주셔서 불편하실 수 있는 객석에 계신데, 너무 감사하다.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쉼 없이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보여줬던 손예진을 향해, 팬들은 '소예진'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예진은 '많은 분들이 제가 쉬지 않고 작품을 한다고 '소예진'이라 해주신다"며 "어감이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직하고 묵직하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느낌으로 생각해주셔서 좋은 별명을 주신 것 같다. 기분 좋다"고 밝게 답했다.
손예진은 지난 7일 열린 제25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이경미 감독의 영화 '비밀은 없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비밀은 없다'와 '덕혜옹주'까지 올해 두 편의 영화를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해 그는 "어떻게 하다보니 개봉 시기가 비슷해졌다"며 "아주 다른 장르,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밀은 없다'의 경우 많은 분들의 대중적 사랑보다는 마니아적으로 좋아해주신 분들이 많았다"며 "'덕혜옹주'의 경우에도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다. 둘 중 더 애정이 가는 어떤 한 작품을 고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제게 너무 다른 의미가 있다"고 알렸다.
'덕혜옹주'에서 손예진은 인물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의 모습까지 모두 소화하는 과감한 도전을 실행했다. 날로 물이 오르는 연기력에 관객과 평단의 찬사도 쏟아졌다. 손예진은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역할을 만나니 많은 작품을 통해 그것이 응축되고 쌓인다"며 "나이가 들수록 깊이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덕혜옹주'라는 인물은 어릴 때부터 노년까지 연기해야 했다"며 "만약 제가 20대였다면 못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30대 중반이 됐다"며 "노년 연기를 하기엔 어린 나이지만 제가 연기하며 느낀 것들을 많이 응축시킨 것 같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손예진은 "'덕혜옹주'는 세월에 대한 이야기 아닌가. 그 세월에 대해 조금 더 제 나이또래보다는 많은 고민을 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사실 연기로는 많은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고통스러움이 아주 심했던 작품"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영화 개봉 후 관객들의 호평과 격려는 힘들었던 손예진에게 에너지로 다가왔다. 그는 "'덕혜옹주'가 개봉을 하고 많은 관객들이 저에게 해주셨던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었다"며 "내가 정말 배우를 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될 수도 있겠구나, 되겠구나, 라는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고 답했다.
정우성, 배용준, 박해일 등 여러 톱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손예진은 상대 배우들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답했다. 여전히 수작 멜로 영화의 예시로 언급되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속 동료 정우성에 대해 "저는 정말 신인이었고 정우성은 제가 학교에 다닐 때부터 스타였다"며 "정우성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 없었던 만큼 저도 선망하는 배우였는데 같이 작품을 하게 됐다. '정말 내가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 때는 어리니까 잘 모르지 않나. 내 것을 연기하기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참 내가 부족하고 모자란 면이 많았을텐데, 정우성 선배는 그걸 다 받아주려 하셨던 것 같아 지금도 고마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성 배우들이 주연을 맡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말로 '여자 영화'에 꾸준히 관심을 드러내왔던 손예진은 "실제로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많지 않은데 현실적으로 안타깝다고 생각한다"며 "남자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멀티캐스팅 영화가 많은데 왜 여자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멀티 캐스팅 영화는 없을까 싶다. 나온다면 멋있지 않을까 싶다. '킬빌' 같은 격렬한 영화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손예진을 보기 위해 부산에 내려왔다고 고백한 한 관객은 해운대 포차촌에서 손예진을 목격했다고 알리며 가녀린 몸매를 지녔음에도 잘 먹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질문에 크게 웃은 손예진은 "사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식탐이 점점 돌아온다"며 "전엔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는데 점점 어려워진다.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커지더라"고 솔직하게 말해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어 "어제의 경우 여러 명이 같이 있었는데 '에라, 모르겠다'하고 먹었다"며 "다이어트는 어렵다.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한편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오픈토크 행사는 이날 저녁 6시30분 윤여정 편으로 다시 부산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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