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0-10'(금메달 10개 이상-종합순위 10위 이내 진입)을 꿈꿨던 한국 선수단의 목표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금메달 9개-종합 8위가 한국이 이번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거둔 성적이다. 종합순위는 목표를 충족했지만 메달이 기대에 못미쳤다.
한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따냈다. 금메달은 2004 아테네 올림픽 9개 이후 12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또 총 메달 개수도 21개로 1984년 LA 올림픽 19개(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7개)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그나마 금메달 9개 중 절반 가까이인 4개를 양궁이 남녀 개인, 단체전을 휩쓸어 가능했다. 태권도 2개, 사격 1개, 골프 1개, 펜싱 1개씩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양궁은 명실상부한 지존이었다. 그 누구도 한국의 아성을 깨지 못했다.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에서도 한국은 어려움을 뚫고 결승전까지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거는 저력을 과시했다. 올림픽 대표에 선발되기 위해 4천발이 넘는 화살을 쏘며 노력했던 결과가 힘을 발휘했다. 공정한 대표 선발로 선수를 뽑는 긴장감이 유지되니 일단 태극마크만 달면 올림픽이 오히려 쉬워 보일 정도였다.
태권도도 2012 런던 대회의 부진을 깨고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출전 5명의 대표선수가 모두 메달을 건져갔다. 종주국에 경기 규칙 변경으로 재미가 없다는 편견까지 생긴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사격의 진종오는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명사수임을 확인했고 펜싱의 박상영은 "할 수 있다"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기며 위기를 이겨내는 힘을 보여줬다. 골프의 박인비도 부상을 견디고 참가해 1~4라운드 내내 표정 변화 없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켜냈다.
그러나 금메달이 나온 종목 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양궁의 선전을 제외하면 한국 체육계의 고민은 깊어진다. 특히 믿었던 유도의 부진이 안타까웠다. 유도는 2~3개의 금메달을 예상했다. 세계랭킹 1위만 4명이었고 최근 세계선수권 등에서의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랭킹의 높은 순위는 어디까지나 숫자에 불과했다. 은메달 2개(안바울, 정보경), 동메달 1개(곽동한)가 전부였다. 유도의 부진을 두고 특정 파벌이 거론되는 등 또 다시 개선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레슬링도 김현우(삼성생명)의 동메달이 전부였다. 류한수(삼성생명)가 4위에 그쳤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런던 대회까지 금맥이 매번 터졌지만 이번에 끊겼다. 대표선수들은 정말 많은 땀을 흘리며 준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애매한 판정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며 한국 스포츠 외교의 한계를 또 한 번 확인했다. 올림픽 퇴출 위기에서 돌아온 종목이지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되면 안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금메달이 아닌, 메달 전체를 놓고 보면 구기 종목의 동반 부진도 아쉬웠다. 남자 축구는 8강에서 온두라스의 수비 축구를 뚫지 못하며 2회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했고 여자 배구도 대한배구협회의 무관심이 겹친 가운데 8강에서 네덜란드에 무너지며 메달 도전의 꿈을 4년 뒤로 연기했다. 여자 핸드볼과 여자 하키는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세계 정상권 팀들과 미세한 차이가 크게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물론 축구의 경우 기대감 자체가 크지 않았던 '골짜기 세대'였기 때문에 8강 자체만 해도 놀라운 성과다. 여자 배구는 김연경의 존재감이 컸지만 그를 보완할 전력이 마땅하지 않았다. 여자 핸드볼은 세대 교체 과정에 놓인 가운데 노장 오영란, 우선희가 마지막 대회를 치렀지만 역부족이었다.
탁구와 배드민턴도 아쉬웠다. 탁구는 정영식의 재발견이 큰 수확이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높은 벽이었다. 맏형 주세혁이 마지막 올림픽을 치러 새로운 자원을 키워야 하는 숙제를 얻었다. 배드민턴도 여자복식 정경은-신승찬 조의 동메달을 제외하면 세계랭킹의 저주를 피하지 못하고 메달권에 밀려났다.
무엇보다 기초 종목에서 여전히 부족함만 확인한 것은 올림픽을 치를 때마다 되풀이되는 고민이다. 육상, 수영, 체조 등 메달밭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건지지 못했다. 육상 47개, 수영 33개, 체조 14개 등 기초 종목들에는 종합 순위를 끌어 올리기에 충분한 메달이 기다리고 있다. 수영은 박태환의 부진, 체조는 양학선이 부상으로 인한 불참으로 구경꾼 신세가 됐다.
오히려 이웃 국가들의 선전에 깜짝 놀라야 했다. 특히 일본은 남자 육상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에 이어 아시아 신기록인 37초68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수확, 전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만약 우사인 볼트가 없었다면 일본의 금메달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수영에서도 일본은 하기노 고스케 등 다양한 자원이 활약했다.
일본은 육상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 수영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 체조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땄다. 오랜 부진을 떨쳐내기 위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고 생활 체육에서 인재를 발굴했다. 지난해 5월 장관급 부처인 스포츠청을 신설했고 스포츠 예산도 3천500억 원 규모로 늘렸다. 2년 안에 1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일본은 종합 6위에 오르며 차기 2020 올림픽 유치국의 체면을 세웠다.
한국으로서는 기초 종목 육성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한국만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대답해야 한다. 유, 청소년 대회에서 여전히 판정 논란에 시달리고 파벌로 몸살을 앓고 있는 환경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 간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리우 올림픽의 성과를 놓고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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