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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제명'으로도 못 막은 승부조작 독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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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박현준·김성현 영구제명…이태양 2015년, 유창식 2014년 승부조작

[정명의기자] 선배들이 영원히 유니폼을 벗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느낀 것일까. 영구제명이라는 강력한 징계도 승부조작이라는 독버섯의 증식을 막지 못했다.

이태양(NC)의 승부조작 가담 사실이 알려지며 프로야구계가 충격에 빠진 것은 지난 20일. 나흘이 지난 뒤 24일에는 유창식(KIA)의 승부조작 가담 자수 소식이 전해졌다.

이태양은 2015년 총 4차례에 걸쳐 승부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 중 2차례 성공했고, 그 대가로 2천만원을 받았다. 이태양의 승부조작은 문우람(상무)이 먼저 브로커에게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유창식의 승부조작은 한화 소속이던 2014년 일어났다. 2012년 박현준과 김성현, 그리고 이번에 밝혀진 이태양과 마찬가지로 1회 고의로 볼넷을 내주는 수법이었다. 유창식은 승부조작으로 500만원을 손에 쥐었다.

박현준과 김성현의 사건이 터진 이후 2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승부조작이 발생한 셈이다. 아무리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는 해도 강렬한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2~3년만에 승부조작 사건이 재발한 것은 그래서 아쉬우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박현준과 김성현, 이태양과 문우람, 유창식의 공통점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승부조작의 유혹에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박현준과 김성현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2011년 각각 25세, 22세였다. 이태양과 문우람은 2015년 22세와 23세였고, 유창식은 2014년 22세(이상 만 나이 기준)였다.

어린 나이의 저연봉 선수들은 승부조작 브로커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들은 이태양의 경우처럼 스폰서 개념으로 선수들에게 접근, 친분을 쌓은 뒤 승부조작을 공모한다. 어린 선수들은 평소 '형'이라 믿고 따르게 된 이들의 제안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이번에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난 선수들은 영구제명이라는 징계를 받으며 인생이 망가진 선배들의 모습을 봐왔다. 그럼에도 본인은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브로커와의 친분으로 '딱 한 번만'이라고 다짐했을 수도 있다. 실제 유창식은 자수한 1경기 외에는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에 대한 징계수위가 관건이다. KBO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강력한 징계만으로 승부조작을 뿌리뽑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징계마저 느슨해진다면 승부조작의 독버섯은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진다.

유창식의 경우 영구제명의 징계는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KBO가 이태양, 문우람 사건 이후 22일 발표한 '부정·품위손상행위 재발방지 대책'에 따르면 그렇다.

KBO는 "8월12일까지 3주간 자진신고 및 제보 기간을 갖는다"며 "해당기간 자진신고한 당사자에 대해서는 영구실격하지 않고 2~3년간 관찰기간을 두고 추후 복귀 등의 방식으로 제재를 감경해준다"고 밝혔다.

이같은 KBO의 입장으로 유창식 외 자진신고하는 선수들이 더 나올 가능성도 높다. 선수 입장에서는 추후 수사 기관에 의해 혐의가 밝혀져 영구제명되는 것보다 자진신고해 2~3년의 징계 후 그라운드 복귀를 도모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KBO의 재발방지 대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자진신고를 통해 지난 잘못을 털어낸다고 해도, 몇 년 후 다시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승부조작을 발본색원하기에는 불법 스포츠도박의 규모가 너무 커져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 전체를 놓고 볼 때 범죄가 100% 사라질 수 없듯, 프로야구에서도 어떻게든 유혹에 빠지는 선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선수들 스스로 승부조작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인식해야 한다. KBO와 구단 등 주변의 감시와 윤리 교육도 필요하다. 선수협의 사과문에 담겨 있는 말처럼, 승부조작은 KBO리그의 공멸을 부른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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