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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첫 좀비 대작 '부산행', 소재의 벽을 뛰어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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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소재에 보편적 메시지 녹여 공감 자아내

[권혜림기자]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 제작 ㈜영화사 레드피터)을 둘러싼 호기심과 기대는 정확히 그만큼의 우려와 의심을 동반했다. '한국 영화계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라는 간단한 수식이 이를 충분히 설명한다.

100억 원 대 제작비가 투입된 이 대작 영화의 주인공은 부산행 KTX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승객들, 혹은 간신히 살아남은 승객들의 뒤엉킴이 영화를 이루는 주 이미지다.

보다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주는 존재는 아직 멀쩡한 100명의 사람들보단 1명의 감염인이다. 초반부 등장하는 열차 속 첫 번째 감염인 여성(심은경 분)은 부산행 열차에 불어닥칠 비극을 군더더기 없이 예고한다. 그로부터 시작되는 무차별 감염이라는 사건은 살아남은 자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는 동기이자, 118분 분량의 영화를 휘어잡고 끌어가는 힘이 된다.

말 그대로, '부산행'에서 좀비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과 다름없다. 가족보단 늘 일이 먼저였던 펀드매니저 석우(공유 분)와 그의 딸 수안(김수안 분), 거칠지만 이타적인 남성 상화(마동석 분), 그의 임신한 아내 성경(정유미 분), 이기적 행동을 일삼는 용석(김의성 분) 등 극을 이끄는 중심 인물들에게 좀비는 갈등유발자이자 악역이며 액션 파트너다.

한국영화계에서 좀비를 주요 인물로 삼은 대작 영화가 탄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부산행'은 유의미한 작품이다. 국내에서 좀비를 주인공으로 한 블록버스터급 콘텐츠는 전무했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가 현지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마니아를 양산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좀비는 여전히 '취향을 타는' 소재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2013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웜바디스'가 국내 흥행에 성공한 일은 이례적 사건이었다. 마이너한 소재와 로맨스라는 보편성의 만남이 신선한 공감을 자아낸 것으로 풀이됐다. 그리고 개봉을 앞두고 압도적 예매율을 보이고 있는 '부산행'의 흥행 예감 역시 비슷한 데에 연유한다.

'부산행'에는 부성애, 희생, 재난 상황에서 이뤄지는 인간성의 회복 등 소재와 별개로 영화를 아우르는 보편적 메시지가 있다. 석우는 바쁜 일로 인해 섬세하게 보살피지 못했던 딸에게 미안함을 품고 있다. KTX에 오른 것은 딸 수안의 생일을 맞아 별거 중인 아내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다. 석우는 열차 안의 상황을 통해 딸과의 가치관 차이를 확인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속 깊고 이타적인 딸 수안의 행동, 열차 안 이웃들과의 합심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얻는다.

그런가하면 상화와 성경은 시종일관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며 종종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좀비떼 앞에서도 믿음직한 상화의 활약은 '부산행'을 보는 또 다른 재미라 할 만하다. 위기의 상황에서 등장해 사건의 판도를 바꾸는 이웃 영웅의 모습이 바로 상화에게 있다.

익숙치 않은 소재가 공감 가능한 메시지와 만날 때, 그 생소함의 벽은 비로소 틈을 보인다. '부산행'은 이 틈을 거대한 스펙터클과 촘촘한 연출로 한껏 공략한다. 좀비라는 소재의 한국화에 반신반의했던 관객들도 영화의 보편성에 녹아들며 마음껏 웃고, 또 가슴 졸일 법하다.

영화는 오늘(20일) 공식 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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