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잊을 수 없는 1군 데뷔 경기였다.
넥센 히어로즈 포수 주효상은 올 시즌 신인이다. 넥센은 1차 지명으로 투수가 아닌 야수를 선택했다. 주효상이었다. 미래의 '안방마님' 감으로 주효상이 갖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신인 1차 지명이 1군에 대한 보증수표는 아니다. 넥센은 주전 포수 박동원이 있고 김재현이 뒤를 받치고 있다. 여기에 군에서 전역 후 팀에 돌아온 지재옥과 베테랑 유선정, 임태준 등이 '두 번째 백업 포수'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구도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내일'을 준비하고 있던 주효상에게 1군 등록 기회가 왔다. 박동원이 발목에 통증을 느껴 치료차 1군 엔트리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재옥을 먼저 콜업했다가 지난 10일 주효상을 1군으로 불렀다. 염 감독은 "(1군 무대에) 처음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며 "6회 정도 되면 덕아웃이 아닌 불펜으로 간다"고 주효상의 활용 계획을 밝혔다.
중간계투진이 등판 전 던지는 공을 받아주기 위해서다. 염 감독은 "1군 투수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주효상은 지난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불펜 대신 그라운드로 나갔다.
8회말 채태인이 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넥센 벤치는 대주자 카드를 꺼냈다. 주효상이 채태인을 대신해 1루 주자로 나갔다.
이 8회말은 주효상에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이닝이 됐다. 그는 1군 데뷔전에서 득점, 안타, 타점까지 한꺼번에 기록했다.
대주자로 나서 후속타자의 안타로 홈을 밟은 주효상은 타자일순함에 따라 첫 타석에 들어설 기회도 가졌다. 그는 데뷔 첫 타석에서 롯데 4번째 투수 이성민을 상대로 적시 안타까지 쳤다.
넥센은 8회말 대거 8점을 내며 롯데를 울렸다. 1-6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거짓말처럼 9-6으로 뒤집었고 승리를 거뒀다. 주효상도 팀의 역전승에 한 몫을 해낸 것이다.
주효상은 "대주자로 나선 순간 정말 떨렸다"며 1군 데뷔 무대를 돌아봤다. 그는 "막상 경기에 출전하니 뭘 해야 될 지 모르겠더라. '본헤드 플레이만 하지 말자'는 생각만 했다"고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대주자로 나서기 전 감독님이 '편한 마음을 먹고 나가라'고 했는데 분명 내겐 힘이 됐다"고 전했다. 주효상은 9회초 수비에서는 마스크도 썼다. 마무리 투수 김세현과 배터리를 이뤄 손발을 맞췄다.
주효상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세현 선배와 호홉은 잘 맞았다"며 "볼을 잘 잡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이 시즌을 운영하면서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백업 전력이다. 넥센은 새로운 얼굴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주효상도 그 중 한 명이다.
염 감독 말처럼 롯데와 경기를 통해 주효상은 '첫 단추'를 잘 뀄다. 그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더라도 1군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는 부분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1패 이상을 당한 충격이 된 경기였지만 넥센은 그렇지 않다. 짜릿한 뒤집기 승리를 거두며 주효상이라는 새로운 백업 자원을 확인하는 기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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