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그럼 100마일 스윙으로 맞아봐라."
LG 트윈스의 '쿨가이' 박용택(37)과 '히요미' 루이스 히메네스(28)가 덕아웃에서 헬멧을 놓고 정겹게 아옹다옹했다.
박용택은 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덕아웃에서 최근 교체한 헬멧을 보여줬다. 지난 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심재민의 투구에 헤드샷을 당한 후유증 때문이다.
당시 박용택은 심재민의 시속 139㎞짜리 빠른공에 머리를 맞았다. 헬멧을 강타한 공이 하늘 높이 솟구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구였다. 다행히 경기 후 정밀검사 결과 박용택의 머리에서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찔한 경험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박용택은 만일을 대비해 헬멧을 교체했다. 심리적 안정을 취하기 위한 선택. 기존 헬멧보다 더 튼튼한 헬멧을 쓰고 경기에 나선다.
박용택은 "헬멧을 바꿨다. 멋은 좀 안나는데, 무서워서 어쩔 수 없다"며 기존 헬멧에 스티로폼 완충제가 더해진 헬멧을 보여준 뒤 "이것보다 한 단계 더 강한 헬멧이 있다. 히메네스가 쓰는 헬멧인데, 그건 사이즈가 머리에 안 맞는다. 무게도 엄청 무겁다"고 설명했다.
히메네스가 쓰는 헬멧은 주로 외국인 선수들이 쓰는 것으로, 한국인들의 두상과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박용택은 중간 단계의 헬멧을 선택했다. 기존 헬멧보다 무게가 조금 더 나가지만, 히메네스의 헬멧보다는 확실히 가벼웠다.
헬멧 얘기를 하던 박용택의 곁으로 히메네스가 다가오더니 "헬멧 체인지?"라고 물었다. 박용택이 "어"라고 답하자 히메네스는 "내 헬멧은 100마일짜리 공에 맞아도 괜찮다"고 영어로 말했다. 자랑 섞인 너스레였다.
그러자 박용택도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그럼 100마일짜리 스윙으로 한 번 맞아봐라"며 들고 있던 배트를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히메네스는 해맑게 웃으며 그라운드로 달아났다.
한편 이날 박용택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대타로는 대기한다. 양상문 감독은 "오늘 삼성 선발이 좌완 차우찬이라서 하루 정도 더 쉬는 것이 낫겠다고 봤다"고 박용택을 벤치에 대기시키는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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