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에스밀 로저스(31)는 한화 이글스에게 천군만마였다. 적어도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다. 로저스가 복귀 후 4경기에 등판한 시점. 과연 정말로 로저스는 한화의 천군만마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로저스가 돌아와 한화의 최대 약점이던 선발진이 다소 안정을 찾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마운드 기록과 승률은 오히려 로저스가 돌아오기 전보다 좋지 않다.
로저스가 시즌 개막 후 서산 2군 훈련장에서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는 동안, 한화는 29경기를 치러 8승21패를 기록했다. 승률 2할7푼6리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은 6.55.
특히 선발진이 거의 붕괴 수준이었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8.26에 이르렀고, 선발 투수들은 경기 당 평균 3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선발보다 불펜이 2배 이상을 던져야 하는 보기 드문 현상이 한화 마운드에서 일어났다.
한화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로저스는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kt 위즈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로저스의 복귀전 성적은 5.1이닝 5실점. 한화도 4-7로 패하고, 로저스도 패전투수가 됐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로저스가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4월26일 마에스트리가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후 10경기만에 나온 '선발 5이닝 이상' 투구였다.
이후로도 로저스는 꾸준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13일 KA전 6.2이닝 4실점(2자책), 19일 삼성 라이온즈전 7이닝 5실점, 그리고 24일 넥센 히어로즈전 7.1이닝 2실점(1자책) 등 지난해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며 한화 마운드에 숨통을 틔웠다. 단, 4경기에서 1승(3패)만을 따낸 부분은 아쉬웠다.
결국 로저스가 1승에 그치고 있는 것이 한화의 현주소다. 로저스의 복귀로 선발진은 나아졌지만, 한화의 승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낮아졌지만, 전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오히려 대폭 상승했다.
로저스 복귀 후 13경기에서 한화 선발진은 평균 4.1이닝을 소화했다. 로저스가 없을 때 3이닝에서 1.1이닝이 늘어났다. 선발 투수들이 아웃카운트 4개를 더 잡아내고 있다. 로저스의 공이 컸다. 이 기간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6.37로, 로저스의 복귀 전 8.26에서 2점 가량이 낮아졌다.
그러나 한화는 로저스가 복귀하고 치른 13경기에서 3승1무9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승률 2할5푼이다. 오히려 로저스의 복귀 전보다 낮은 승률이다. 팀 전체 평균자책점 역시 7.22로 높아졌다. 불펜의 부진, 특히 큰 점수 차로 진 경기가 많았던 결과다.
당초 한화는 로저스가 복귀하면 선발진이 안정을 찾고 그만큼 불펜의 부담도 줄어들고, 이는 결국 팀 성적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선발진만 조금 나아졌을 뿐, 팀 성적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로저스가 돌아왔지만 한화는 여전히 패수를 쌓아가며 최하위다. 기대만큼의 활약상은 아니라고 해도, 로저스가 한화의 가장 믿음직한 선발 투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로저스의 복귀도 한화의 반등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는 여러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