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남은 시즌을 어떻게 치러야 할 지 알려주는 모범답안과도 같은 경기였다. 한화 이글스가 거둔 올 시즌 10번째 승리 얘기다.
한화는 지난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9-6으로 승리하며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10승을 채우는 동안 당한 패배는 무려 28회. 승률은 여전히 2할6푼3리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멀다.
한화의 10승을 책임진 선발 투수는 '에이스' 로저스였다. 로저스는 7이닝 동안 113개의 공을 던지며 1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5실점을 기록,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로저스의 이름값에 어울리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남은 시즌에 대한 충분한 메시지가 될 만한 투구 내용이었다.
올 시즌 한화의 선발 투수가 7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이날 로저스가 처음이다. 앞선 최다 이닝도 로저스가 지난 13일 KIA전에서 기록한 6.2이닝(4실점 2자책)이었다. 올 시즌 한화 선발 투수의 6이닝 이상 투구는 단 4차례에 불과하다. 로저스와 마에스트리, 두 외국인 투수가 2차례씩 기록했을 뿐이다.
이날 로저스는 아직 완벽한 컨디션이 아닌 듯 무려 12개의 안타를 얻어맞았다. 구속도 지난해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투구수 113개를 기록하며 7이닝을 버텨냈다. 한화 불펜에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이닝 소화력이었다.
물론 로저스가 긴 이닝을 소화했음에도 한화의 핵심 불펜진은 모두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권혁-송창식-정우람 순으로 등판해 승리를 지켜냈다. 그러나 세 선수에게는 이전 경기들과 달리 부담이 크지 않았다. 권혁과 송창식이 나란히 13개, 정우람이 2개의 공을 던졌을 뿐이었다.
올 시즌 한화의 불펜 과부하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개막전부터 선발이 일찌감치 마운드를 떠난 뒤 불펜으로 그 공백을 메우는 투수 운용이 이루어졌다. 이는 결국 불펜의 부담으로, 마운드 전체의 붕괴로 이어졌다.
한화는 팀 특성상 선발보다 불펜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선발 투수의 조기 강판은 지양해야 한다. 최근 한화의 연패를 살펴보면, 선발 투수가 강판한 이후 구원 등판한 불펜 요원이 위기를 넘기기는커녕 더 많은 점수를 내주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19일까지 한화는 38경기에서 선발이 133이닝, 불펜이 200.2이닝을 소화했다. 한화의 팀 컬러를 고려하더라도 비정상적인 수치다. 특히 불펜의 특정 선수의 비중이 매우 높다. 권혁 28.1이닝, 송창식 25.1이닝, 정우람 24.2이닝, 박정진 22이닝 등 이들 4명이 전체 불펜 투구 이닝 수의 딱 절반에 해당하는 총 100.1이닝을 던졌다.
선발진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희망이 엿보인다. 로저스와 이태양이 비교적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으며 송은범도 꾸준히 4~5이닝을 소화한다. 장민재도 첫 선발 등판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올 시즌 한화는 106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아직은 5할 승률을 목표로 잡기도 버겁지만 시즌을 포기할 시점은 아니다. 허리 디스크 수술 후 휴식을 취하던 김성근 감독도 20일 대전 kt전에서 사령탑에 복귀한다. 이상적인 경기 운영으로 따낸 10승을 계기로 한화가 반전을 이뤄낼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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